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전격 사퇴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여당 완패로 끝난 뒤에야 물러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누가 되어 죄송하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주식파킹’ 의혹과 청문회 중도 이탈 등으로 야권의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자진사퇴 형식을 빌려 윤 대통령이 ‘정권심판론’으로 흐른 이번 선거 민의를 일부 수용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여권은 당정의 전면쇄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참패 원인은 구구하게 설명할 것도 없다. 국정운영에서 보인 ‘마이웨이’식 불통과 오만에 대한 심판이었다. 집권 1년 반 민생보다 이념이 전면에 강조되고 장관 발탁 인사나 잼버리 파행, 해병대 순직 수사 외압사건 등 논란과 의혹마다 여론을 개의치 않는 독단의 리더십에 경고가 표출된 것임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표를 몰아준 중도층이 대거 이탈한 경고음이 켜진 것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기조 전환 의지를 국민에게 직접 밝혀야 하는 이유다.
여당의 책임은 막중하다. 애초 국민의힘은 김태우 후보의 구청장직 상실 탓에 생긴 보선에서 후보를 내는 데 신중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8월 사면·복권하자 그를 공천하고 총력전을 펼친 결과 참패했다. 용산에 쓴소리 한 번 못하는 지금 당 지도부가 돌아선 민심을 추스르고 총선을 치를 수 있겠나. 정작 김기현 대표는 “분골쇄신”을 말하면서도 “특단의 대책” 운운하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혁신기구 띄우기 수준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면 안이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당 간판 교체는 물론 대통령실 인사추천, 여권 내 스펙트럼을 넓힐 상징적 당직 개편 등 획기적 쇄신책이 나와야 한다. 여권은 ‘이재명 리스크’에 기대고도 정권견제론이 작동한 이번 선거를 의미심장하게 주목하기 바란다. 총선 6개월 전 ‘예방주사’를 맞은 지금이 절박하게 변화할 적기다. 늦어질수록 미래는 위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