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마스 공격 미리 알았나... “사전 인지한 듯” vs “소식 듣고 놀랐다”

입력
2023.10.12 07:53
로이터·NYT, 같은 날 엇갈린 보도
이란 개입, 확전 여부의 최대 변수
바이든 “이란에 ‘조심하라’ 경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관련한 ‘이란 배후설’을 두고 서방 언론들도 엇갈린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란이 하마스의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 당일, 또 다른 유력 매체는 ‘이란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취지로 전했다. 모두 미국 정부 당국자를 취재원으로 삼고 있다. 이란의 관여 여부를 두고 미국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로이터·WSJ “이란, 사전에 알았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가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작전을 계획 중이라는 것을 이란은 (미리) 알았던 것 같다(likely)”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이란이 하마스에 이스라엘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거나, 작전을 조율했음을 보여주는 정보는 현재로선 없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9일 “이란이 하마스와 올해 8월부터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하마스, 헤즈볼라 등이 사전에 이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란은 WSJ 보도 이후 유엔 대표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팔레스타인 측의 이번 대응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NYT “이란 지도자, 하마스 공격에 놀라”

같은 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핵심 지도자들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표했던 정황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했다고 미 정보 부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추적하는 이란 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 지도자들과 그에 협력하는 제3국 인사들 간 회합 등에서도 이번 사태와 연결할 만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신문은 “정보 당국에서 관련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현재까지 이란의 공모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명확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란의 개입이 확인되면, 중동 전체로의 확전을 피하기 힘들어지는 우려 탓이다. 미국이 ‘이란 배후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 등 이스라엘의 적대 세력에 경고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이 이스라엘 인근에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를 보냈다며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의 기습이 있었던 7일을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쟁법’을 따를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공격할 경우, 대규모의 민간인 피해 발생 가능성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혼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