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에서 1㎞ 떨어진 산에도 로켓이 떨어졌어요. 지금도 계속 '펑펑' 터지는 폭음이 들려요."
이스라엘 아인카렘(Ein Karem)에 거주 중인 김상원(57) 신부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7일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 시작된 순간을 생생히 전했다. 김 신부는 "오전 10시 50분쯤 '펑'하고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며 "거주지 맞은편 산에 로켓이 떨어졌고, 사이렌이 네다섯 차례 울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18년 동안 거주했던 그는 "하마스가 이렇게 철저히 준비해 공격한 건 처음 겪어 본다"며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던 첫날은 정말 위험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아인카렘은 예루살렘으로부터 서쪽으로 8㎞, 하마스가 통치 중인 가자지구에선 80km 떨어진 마을이다. 가자지구에서 떨어져 있어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피해는 없지만, 계속되는 폭음이 그의 귀를 때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지금도 사이렌 소리와 공중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지금 이스라엘 전역이 전시 상태"라고 전했다. 김 신부가 사는 지역 학교는 전부 휴교에 들어갔고, 기업들도 문을 닫았다. 10명 이상 군중이 모일 수 없는 규정이 발동 중이라고 한다. 김 신부는 "일반 상점은 전부 문을 닫았고, 슈퍼나 약국만 열려 있다"며 "전쟁 대비 상태라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이 모두 매진된 상태"라고 했다.
김 신부는 이런 전시 상황이 길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측 피해도 크고, 하마스의 무기 체계와 작전도 굉장히 발전한 것 같아 장기전으로 갈 듯 하다"면서 "안식년으로 이곳에 단기 체류 중인 분들에겐 항공편이 구해지는대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고 말했다.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이정복 목사도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7일 공습경보를 듣고 방공호로 대피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이 목사는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메일과 문자를 받고 있다"며 "대사관에서 교민 안전을 위해 특별 조치(철수 등)가 내려진다면 따라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현지에 머무는 체류객들도 정보를 공유하며 탈출 경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체류객들과 현지 동포 등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한국으로 가는 귀국 항공편 구매 정보를 나누는 중이다. 두바이, 뭄바이, 로마 등을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