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버드대 출신 미 정치권 인사들은 학교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버드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Harvard Palestine Solidarity Groups)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35개 학생단체가 이 성명에 서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모든 폭력 사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이스라엘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의 사태는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가자지구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야외 감옥’에서 살도록 강요당했다"며 “이스라엘의 폭력은 75년 동안 팔레스타인 존재의 모든 측면을 구조화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또 하버드대 구성원들에게 "팔레스타인에 대한 절멸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정치권과 하버드대 동문들 사이에서는 이 성명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폴리티코는 "하버드대 출신의 저명한 동문들이 성명을 비난하지 않은 학교를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공화당 성향의 동문들은 학교가 이스라엘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총장과 미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렌스 서머스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지금까지 하버드 지도부의 침묵과 이스라엘만을 비난하는 학생단체의 성명이 널리 보도되면서 하버드는 유대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행위에 대해 기껏해야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공화당의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도 "하버드 학생단체가 700명이 넘는 이스라엘인을 죽인 하마스의 야만적인 테러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것은 혐오스럽고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고, 하버드대 출신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도 "하버드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자신의 엑스에 에둘러 하버드대의 침묵을 비판했다.
논란이 들끓자 하버드대는 9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하버드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다양한 견해 차이를 쉽게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분열과 적대보다는 인간성과 공유된 가치에 기반한 조치들이 취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성명을 낸) 학생단체 중 일부는 팔레스타인 권리를 지지하는 곳"이라며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가와 학생단체는 전국적으로 흔하며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시위와 항의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