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전사들의 땀과 눈물, 감동이 담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폐회식을 끝으로 1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를 획득해 2회 연속 종합 3위에 올랐다. 목표로 했던 금메달 45~50개보다는 적었지만 2위 일본(금 52개·은 67개·동 69개)과의 금메달 격차를 좁힌 게 소득이다. 일본에 2위를 뺏긴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의 금메달 차이는 26개나 됐지만 이번에 10개로 줄였다. 총 메달 개수는 한국이 190개로, 오히려 일본(188개)을 앞섰다. 개최국 중국은 역대 최다인 201개의 금메달을 수확해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한국의 메달 레이스를 주도한 종목은 펜싱과 수영(이상 6개)이다. 특히 수영은 ‘황금 세대’의 등장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황선우와 김우민(이상 강원도청)이 ‘쌍끌이’ 역영을 펼친 수영 경영은 무려 22개(금 6개·은 6개·동 10개)를 쓸어 담아 종합 2위를 달성했다. 한국 수영이 종합 순위에서 일본을 제친 건 1951년 아시안게임이 창설된 이래 처음이다.
전통의 효자 종목 태권도(5개)와 양궁(4개)도 금빛 사냥에 힘을 보탠 가운데 5년 전 노메달 수모를 당한 배드민턴의 부활도 반갑다. 배드민턴은 간판 안세영(삼성생명)이 여자 단체전과 여자단식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여자단식 금메달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다. 배드민턴은 남자단식을 제외한 전 종목 입상에 성공하며 총 7개의 메달을 건졌다.
탁구도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끊겼던 금맥을 21년 만에 캐는 등 총 8개의 메달을 따냈다. 수영과 배드민턴, 탁구 등은 일본이 2진급 선수를 보낸 타 종목과 달리 1진급 선수를 내보낸 종목이라 일본을 앞지른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에 처음 정식 종목이 된 e스포츠(2개)와 근대5종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2관왕이 된 전웅태(광주광역시청)도 금메달 행진을 이끌었다.
하지만 투기·구기 종목의 몰락은 뼈아팠다. 유도는 금메달 1개, 레슬링과 복싱은 ‘노골드’에 그쳤다. 세계 무대는커녕 이제 아시아권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났다. 겨울 대표 구기 스포츠 농구, 배구는 노메달 굴욕을 안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8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배드민턴 안세영이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선수들이 투혼을 보여준 대회”라며 “수영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고, 선수로서 목표를 달성하고자 고교 진학을 포기한 탁구 신유빈은 꿈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과와 함께 문제점도 드러났다”며 “구기 종목 그리고 특히 투기 종목이 저조했다”고 진단했다.
체육회는 아시안게임 결과를 토대로 1년도 채 안 남은 2024 파리올림픽을 겨냥한 전략 수립에 돌입하기로 했다. 국제 스포츠의 전반적인 흐름을 연구해 육성 종목을 선택하고 몰락한 레슬링과 복싱, 유도 등 투기 종목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귀국하면 충북 진천선수촌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번 대회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파리올림픽을 겨냥해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며 “국제 업무를 강화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훈련 시스템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장재근 선수촌장 겸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총감독은 “자카르타 대회의 좋지 않은 성적을 딛고 일어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기반으로 파리올림픽을 잘 치러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면서 “일본은 이번 대회보다 파리올림픽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고, 파리에서의 반격을 준비할 거다. 우리도 11월부터 메달 전략을 짜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한국 선수단 본진은 9일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