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규모 기습공격을 감행하고 이스라엘이 보복공격에 나서는 유혈분쟁이 시작됐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장기화하는 와중에 이번엔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지역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진 것이다. 7일 새벽(현지시간) 하마스 측의 수천 발 로켓공격으로 시작한 이번 분쟁으로 이스라엘에선 300명 이상이 숨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를 겨냥한 전쟁 돌입을 공식화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보복 폭격하면서 양측 사망자는 이틀 새 500여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되면 양측 인명피해는 크게 늘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로 공개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차별 공격에 민간인을 학살하고 인질로 끌고 가는 건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만행이다. 전쟁범죄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하마스는 “총을 가진 자는 모두 총을 꺼내 들 때”라며 아랍·이슬람 국가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경일변 정책이 화를 부른 측면 역시 부인하기 힘들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인종적, 종교적 편견에 기초한 점령정책을 펼쳐왔다.
양측의 오랜 갈등을 쉽게 해결하긴 어렵지만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는 사태를 국제사회가 방치해선 곤란하다. 확전을 막는 게 우선이며 혹여 이스라엘과 아랍연맹, 또는 전략적으로 수니파인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결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재 노력에 나서야 한다. 중동정세 불안은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할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 외교안보 정세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 미칠 영향을 대비해야 한다. 최근 오름세인 국제유가가 출렁일 경우 물가불안은 가중될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중동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다방면의 대비책을 입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