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에 역전홈런 친 한국야구, 세대교체도 탄력

입력
2023.10.08 15:57
16면
한국, 대만에 2-0 승리하며 대회 4연패
결승전 6이닝 무실점 문동주, '차세대 에이스' 부상
'4할' 노시환은 대표팀 4번 타자 예약
강백호·고우석도 대표팀 부진 씻어내

‘젊은 피’를 수혈한 한국 야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하며 성적과 세대교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투타 주축으로 떠오른 문동주와 노시환(이상 한화)을 비롯해 박영현(KT) 최지민(KIA) 윤동희(롯데) 등이 맹활약하며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혔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대만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 야구는 2010 광저우 대회부터 4회 연속(통산 6회) 아시아 왕좌를 지켰다.

특히 이번 대회는 최근 저조한 성적으로 '암흑기'에 빠졌던 대표팀이 젊은 얼굴을 내세워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야구는 1998 방콕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연령제한 없이 최정예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해 왔다. 그러나 지난 대회 선수선발 과정에서 병역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이번 대회엔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 선발’이라는 자체 규정을 마련했다. 와일드카드 3명 역시 만 29세 이하 선수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대표팀 24명 중 15명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자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나왔고, 실제로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0-4로 패하며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전열을 가다듬은 한국은 슈퍼라운드부터 일본(2-0 승리) 중국(8-1) 대만(2-0)을 차례로 꺾으며 반전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단연 문동주다.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4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결승전에서는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설욕에 성공하며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의 뒤를 이을 차세대 '국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타선에서는 타율 0.438(16타수 7안타), 6타점을 기록한 노시환이 대표팀의 4번 타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2타점을 뽑아내며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이 외에도 박영현(5.1이닝 무실점) 최지민(4이닝 무실점) 윤동희(타율 0.435 1홈런 6타점) 등의 발굴은 큰 수확이었다.

국제대회마다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강백호(KT)와 고우석(LG)도 마음의 짐을 덜어 향후 기대감을 키웠다. 강백호는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다 아웃당해 거센 비난을 받았고, 고우석은 도쿄올림픽 일본전 당시 8회 병살 처리가 가능한 상황에서 베이스 커버 실수를 범해 패배를 자초한 바 있다. 그러나 강백호는 중국전에서 시원한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마침내 이름값을 했고, 고우석은 결승전 9회 1사 1·2루에서 병살타를 유도해 금메달을 견인했다.

류중일 감독은 우승 후 “(이번 아시안게임은) 국가대표 세대교체를 알린 대회”라며 “앞으로의 한국 야구가 보인 경기였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