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이권 카르텔’… 6년간 민간기관 2곳과 700억 수의계약

입력
2023.10.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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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진흥원·정보원에 722억 발주
이 중 97%가 경쟁 없는 수의계약
"세금으로 퇴직 후 일자리 마련하는 꼴"

통계청이 지난 6년간 민간 기관 두 곳과 700억 원에 가까운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재직 시 민간에 일감을 주는 업무에 관여한 일부 고위직들이 퇴직 후 해당 기관에 재취업하기도 했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통계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통계청이 한국통계진흥원과 한국통계정보원에 발주한 계약금은 총 722억2,176만 원이었다. 이 중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은 수의계약은 698억3,648만 원(97%)에 달했다. 통계청 발주사업의 평균 수의계약 비율(74%)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통계진흥원과 통계정보원은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 법인이다.

문제는 통계청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 후 두 기관에 꾸준히 재취업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통계청에서 퇴직해 재취업 심사를 받은 고위 공무원은 총 10명(정무직 제외)인데, 이 중 6명이 통계진흥원이나 통계정보원에 취업했다. 구체적으로 통계진흥원장(3명), 통계정보원장(2명), 통계진흥원 본부장(1명)으로, 사실상 '전관예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이들 중 최소 3명은 통계청 재직 시절 일감을 민간업체에 맡기는 업무에 관여했다. 통계청은 위탁사무심의위원회를 통해 △위탁사무 선정 △수탁기관 요건 선정 △수탁기관 신청 제안서 평가 및 지정 △수탁기관 지정 등을 심의한다. 심의위원장은 통계청 차장이 맡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통계청 공무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통계청 고위 공무원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례로 통계청 차장이었던 A씨가 위원장 자격으로 참여한 2018년 10월 30일 심의위원회에선 통계발전지원사업이 통계진흥원에, 통계정보화사업이 통계정보원에 각각 위탁됐다. B씨가 참여한 2020년 9월 14일 심의위원회에서도 신규 사업이 기존 위탁사업에 포함돼 통계진흥원과 통계정보원에 맡겨졌다. 이후 A씨는 2019년 11월에, B씨는 2022년 1월에 각각 통계진흥원장에 취임했다.

통계청은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듯 통계진흥원, 통계정보원과 수의계약을 맺던 사업 13개를 내년부터 경쟁입찰 방식이나 자체 사업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특정 법인에 일감을 몰아주고 재취업하는 건, 국민들 시각에선 국민 세금으로 자신들의 퇴직 후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런 악폐습을 끊어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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