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몰래..” 추석 연휴 ‘동물 유기’ 지난해보다 많았다

입력
2023.10.09 09:00


AI앵커가 전해드립니다. ‘이주의 동물 이슈’ 시작합니다.

반려견 보호자들이 추석 연휴에 가장 우려하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연휴 기간 유기동물 발생이 작년 연휴보다 늘어난 겁니다. 반복되는 유기 행태에 전문가들은 연휴 기간만 노린 대책보다는, 전반적인 유기 방지 방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 9월30일. 경기 성남시의 한 농장 앞입니다. 누군가 주변을 살펴보더니 박스를 가져와 농장 울타리 너머에 놓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박스는 강아지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작은 구멍만 뚫린 채 밀폐됐습니다. CCTV로 유기 내용을 확인한 농장주가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강아지는 현재 백내장을 앓고 있으며,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입니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추석 연휴 6일간 이런 유기동물은 845건 발생했습니다. 하루 평균 140.8건 구조가 진행된 겁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발생한 하루 평균 139건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이게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연휴 동안 발견된 유기동물의 숫자가 이 정도고, 연휴에 버려졌지만 발견되지 않은 동물들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실제 지난해 추석 연휴가 포함된 9월에 구조된 유기동물은 1만118마리였습니다. 하루 평균 337마리 유기동물이 구조됐다는 겁니다.

다만, 연휴 기간 구조된 845마리가 모두 버려진 것은 아닙니다. 이중 108마리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전체의 13% 수준인데, 아직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지 못한 보호자들이 있다면 이 숫자는 일부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버려진 동물이 절대 다수를 이루는 추세까지는 바뀌지 않을 듯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에게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유기동물 구조 건수는 61만8,982마리였습니다. 이 중 원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반려동물은 불과 7만5,135마리로 구조된 동물들의 12.1%에 그쳤습니다.

연휴 기간에 유기동물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서울 서초구와 노원구는 명절 연휴 동안 반려견 돌봄쉼터를 운영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유기동물 발생 차단을 쉼터 운영 목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돌봄쉼터의 운영 규모는 작은 수준입니다. 실제로 노원구는 이번 추석 연휴에 선착순 30마리만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로는 반려견 위탁 수요를 채우기는 어렵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은 “반려동물과 동반 이동이 원활하지 못한 현실에서 지자체의 돌봄쉼터 운영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다양한 유기 원인 중 일부만 해소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기 방지 대책이 종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유기의 다양한 원인들을 해소하고, 시기도 휴가철이나 연휴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입니다. 채 팀장은 “동물등록 활성화, 입양 전 교육 강화 등 제도 전반을 막힘 없이 운영해야 유기도 막을 수 있다”며 “보호자들의 책임 있는 인식 형성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많은 동물 뉴스 만나보기▼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