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아 지구 평균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입 물가가 오르고, 자동차 등 주요 산업 수출은 줄줄이 위축돼 대외 의존도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특히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경고다.
김재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6일 정선문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 이성태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와 함께 발간한 ‘수출입 경로를 통한 해외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국내 파급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각국이 저탄소 전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극대화하는 최악의 상황인 ‘동아시아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SSP)5-8.5’와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현상유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우선 수입 경로에선 장기간의 온도 상승이 글로벌 농·축·수산물 공급을 감소시켜 국내 수입 가격을 밀어 올릴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SSP5-8.5 온도 상승 시나리오에서 세계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1951~1980년 대비)이 1.5도에 도달하기 전까지 하락하다, 이를 초과하면 상승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당히 따뜻한 기후는 작물 생산성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면 생산성을 떨어뜨려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교역 상대국의 생산성과 소득을 떨어뜨려 주력 산업의 수출에도 타격을 준다. NGFS 시나리오에서 2100년경 전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8~8.9%(2023~2100년 누적 기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진이 국내 주요 산업의 수출액 변화를 계산했더니 자동차(-11.6~-23.9%), 정유(-9.7~-19.1%), 철강(-7.2~-15.6%) 등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수출입 충격은 국내 산업의 생산 위축과 부가가치 감소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특히 수입 농·축·수산물 의존도가 높은 음식료품 제조업이나 음식 서비스업,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등 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고 담보가치가 하락해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흔들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평균온도 상승 외에 빈발하는 자연재해 피해까지 고려하면 해외 기후변화의 국내 경제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 김 과장은 “국내 기업은 해외 거래기업이 소재한 지역의 기후변화 리스크를 면밀히 살피고 글로벌 공급망 관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금융기관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기후변화 파급 영향까지 감안해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