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조직개편에 '술렁'... 현장 경찰관 100명 목소리 들은 경찰청장

입력
2023.10.06 21:11

내근직의 대규모 현장행에 방점을 둔 경찰 지휘부의 조직개편안을 두고 일선의 반발이 거세지자 경찰청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5, 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릴레이 소통간담회'에 참석해 일선 경찰서 경찰관 100명과 조직개편 방향성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3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경찰서 과장급 25명, 계·팀장급 34명, 실무자급 41명 등이 참석해 현장 목소리를 윤 청장에게 전달했다.

경찰청장이 일선 경찰관들을 초청해 의견을 교환한 건 이례적이다. 경찰 지휘부는 대대적 조직개편을 앞두고 소통을 통해 조직개편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내부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4

경찰은 앞서 지난달 18일 치안 순찰활동에 경찰력 9,000명을 새로 투입하고 범죄예방국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잇따른 흉악범죄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자 범죄예방에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1,300명이나 되는 강력 형사들이 신설되는 형사기동대 등으로 이동하는 등 수사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현장 경찰관들은 윤 청장 앞에서 가감 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참석자들은 치안강화라는 조직개편의 큰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기동순찰대, 형사기동대 등 신설 조직을 두고 "과거의 실패한 정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신설 조직은 과거의 조직과 역할·기능이 완전히 다르지만 명칭이 같아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조만간 새로운 조직 이름과 세부적 역할을 알릴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 사이버수사국과 과학수사담당관이 각각 수사국·형사국에 통폐합되면서 수사역량이 퇴보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일선서 단위의 실제 수사인력 은 변화가 없으며 조직 단위 통합을 통해 시너지 창출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청장은 "현장과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경찰 모습을 원하는 국민적 기대가 높은 만큼 열린 마음으로 조직 변화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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