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임산부가 가명으로 출산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를 책임지는 '보호출산제'가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우려되는 병원 밖 출산을 막기 위한 보완책이 갖춰졌다.
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일은 출생통보제와 같은 내년 7월 19일이다.
보호출산제의 목적은 경제·사회·심리적 이유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임산부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유도해 산모 및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우리나라에 도입을 권고한 제도다.
위기 상황의 임산부가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관리번호'가 생성된다. 임산부는 가명과 관리번호로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의료비는 전액 지원된다.
임산부는 최소한 7일의 숙려 기간을 거친 뒤 지자체에 아동을 인도할 수 있다. 지자체장은 지체 없이 아동복지법이 정한 보호조치와 함께 입양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보호출산을 신청한 임산부는 입양특례법상 입양 허가 전까지는 보호출산 철회가 가능하다.
우리 보호출산제는 독일 제도를 참고해 아동의 알권리도 법안에 담겼다. 임산부는 보호출산 신청 시 실명과 그때까지의 상황 등을 작성해야 하고 해당 서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된다. 아동이 성인이 됐거나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으면 서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생모의 미동의 또는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된다. 다만 생모가 사망했거나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전체 공개도 가능하다.
올해 '수원 영아 살해사건'을 계기로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의 존재가 무더기로 드러나자 정부는 고의적인 출생신고 누락을 막기 위한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했다.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자체에 알리면 지자체가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제도로, 지난 6월 30일 국회에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이 확정됐다.
보호출산제는 출생통보제의 역효과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임산부가 출생통보제 적용을 피하려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출산하고 아동을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어떤 임산부라도 안전하게 병원에서 출산하는 길이 열려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법안의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