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후보자, 문화예술계 ‘이념전쟁’ 안 만들 자신 있나

입력
2023.10.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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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어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검증대에 올렸다. 야당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문체부 장관 재직 때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예술계 종북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 등을 거론하며 유 후보자가 직접 보고받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 블랙리스트라는 말도 없었고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당은 당시 정부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문화계 인사들을 분류해 관리했고 유 후보자가 다시 주무장관으로 발탁됐다는 점에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문화계를 편향된 ‘이념전쟁’의 장으로 몰고 갈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개념 없는 연예인”으로 지목한 가수 김윤아씨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언급에 대해 유 후보자는 "연예인은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거들며, 표현의 자유보다 책임을 강조했다. 2017년 공개된 ‘문화권력균형화 전략’ 문건(2008년 8월)은 좌우예술인 행태를 분석하며 좌파예술인에 대한 정부지원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발간한 백서에는 “이명박 정부의 유인촌 장관,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비서실장 등은 문화예술계의 배제, 갈등, 탄압 등을 주도하는 상징과 같았다” 등 유 후보자 이름이 104차례 등장한다. 임명 시 표현의 자유나 창작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걱정되고, 문화예술계 인사 상당수가 지명철회 요구에 나선 이유다. 때문에 유 후보자는 시대착오적인 ‘블랙리스트’ 발상과 자신이 무관하다는 점을 좀 더 분명히 입증해야 한다.

국회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실시했다. 공동창업한 뉴스사이트 ‘위키트리’의 성차별적·선정적 보도 등을 감안하면 여가부 장관으로 적절치 않다는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김 후보자는 “저도 부끄럽다”고 밝혔지만, 2012년 필리핀을 예로 들어 한 ‘강간출산 관용’ 발언 등만 봐도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은 일반국민 수준에도 못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결과를 지켜보고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