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학생회 초청으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숭실대 재학생들의 반대가 거세다. 과거 이 대학 강연에서 소수자 혐오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했던 이 전 대표를 또다시 초청해 학교를 '혐오정치의 장'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의 숭실대 강연은 이번이 세 번째다.
5일 '이준석의 학내 초청 강연을 강력 규탄하는 숭실대학생 연합'(규탄 연합)은 학생회관 앞에서 강연 주최자인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정외과 학생회는 지난달 '대한민국 정치와 미래세대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이 전 대표 초청 강연을 열겠다고 밝혔다. 숭실대는 2020년과 지난해에도 총학생회 차원에서 이 전 대표가 등장하는 온라인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문제는 지난 강연들에서 이 전 대표가 약자 혐오성 발언을 했다는 점. 규탄 연합에 따르면 토크콘서트 당시 이 전 대표는 "(책) '82년생 김지영'의 상당수는 허구인 부분이 많다"거나 "여성가족부가 들고 나오는 건 슬로건이지만, 오히려 사회 불안을 부추기는 형태였던 정책들이 굉장히 많다"는 말을 했다.
이 전 대표가 장애인 차별로 비치는 발언을 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과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시위와 관련해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의 불편을 야기해 목적을 달성하겠단 잘못된 인식은 버리시라"라는 발언을 두고, 규탄 연합은 "장애인을 '일반 시민'과 구분 짓는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연합 대표를 맡은 숭실대 재학생 조모(23)씨는 "이 강연은 숭실대를 포함한 학생사회에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정치를 하나의 '정치전략'으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며 "(대학이) 이렇게 혐오정치에 편승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개별 학생과 타 대학 학생사회의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본인을 숭실대 정외과 소속으로 밝힌 한 학생은 3일 대자보를 통해 "약자 혐오, 갈라치기 정치를 일삼는 이준석은 숭실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며 그를 초청한 학생회의 의도를 물었다. 성공회대 인권위원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중앙대 교지편집위원회 '녹지' 등은 연대문을 냈다.
학생사회의 비판 목소리에 대해 이 전 대표는 "혐오정치 드립을 치는데 뭐가 혐오인지 한번 치열하게 이준석을 공격해볼 기회"라며 강연에서의 맞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초청 주체인 정외과 학생회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