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오랜만에 희소식을 맞이했다. 미국 정부가 이란에서 압수한 무기와 탄약 110만 발을 우크라이나군에 양도한 것이다. 무기 및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로선 일단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이뿐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집중 타격 지점이었던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흑해함대가 철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성지’나 다름없는 이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이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의미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해 12월 미 해군이 압수한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탄약 약 110만 발을 지난 2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미국 법무부가 IRGC를 상대로 몰수 소송을 냈고, 7월 20일 자로 이 탄약들의 소유권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탄약들은 무국적 밀수 선박에 실려 예멘 무장단체인 후티반군에 이송될 때, 미군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216호에 따라 압수한 뒤 보관해 온 것이다.
미국 내부 정치적 혼란과 겹쳐 우크라이나 지원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이뤄진 ‘이란 탄약 제공’에는 “어떻게든 돕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의회를 통과한 임시 예산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액이 누락됐다. 또 전날 ‘하원의장 해임’ 사태로 미국 의회가 사실상 마비된 터라, 향후 재정 지원도 불투명하다. 의회 협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묘수’를 짜낸 셈이다.
CNN은 “미국은 이번 탄약 제공을 시작으로, 또 다른 이란군 무기 수천 개도 우크라이나에 양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미 법무부는 IRGC의 소총 9,000정 이상, 대전차 유도 미사일 70기, 탄약 70만 발 등에 대한 몰수 소송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조나단 로스 미국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군의 모든 수요를 충족하진 못해도 중대한 지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지지부진한 것으로만 비쳤던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도 꽤 유의미한 성과를 올렸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 해군 전문가들이 1일 자 위성사진에서 러시아 흑해함대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주력 기지에서 대부분 철수한 걸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함정은 러시아 영토인 흑해 노보로시스크 항구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내내 우크라이나가 무인기와 미사일 등으로 크림반도 지역을 공략한 게 효과를 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영국에서 지원한 미사일 ‘스톰섀도’가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서방의 ‘본토 타격 금지’ 조건을 이용,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WSJ는 “대반격이 큰 진전을 보지 못했던 우크라이나엔 시의적절한 힘이 된다”며 “푸틴에게는 놀라운 좌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