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댓글 달 때 국적 밝히자"...한중전 응원 논란에 힘 받는 '댓글국적표기법'

입력
2023.10.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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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댓글국적표기법' 발의
"기술적으로 댓글 단 위치 아닌 국적 알아내기 쉽지 않아"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한국-중국 남자축구 8강전 응원 조작 논란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특히 외국인을 동원한 조직적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한 '댓글국적표기법'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파악하는 기술에 한계가 있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與 "댓글부대 활동 의심, 국적 표기하자"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월 발의한 '댓글국적표기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돼있다. 해외IP(접속주소)에서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에 의해 온라인 여론이 특정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포털에 댓글을 쓸 때 ①접속 장소 기준 국적이나 ②우회 접속 여부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것.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계류된 법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권은 그동안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 정치 세력, 특히 중국이나 북한의 '댓글 부대'가 국내 여론에 개입할 우려를 제기해왔다. 중국 정부가 대학생 등을 동원해 호의적 여론을 만들기 위해 운영하는 댓글부대로 알려진 '우마오당'(五毛黨)과 비슷한 조직이 국내에서도 대대적으로 댓글 작업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다. 2017년 대선 당시 포털 인기 검색어와 인터넷 기사 댓글 작성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여권의 의심을 불 지피는 계기가 됐다. 여권 관계자는 "인터넷 완전 실명제 도입은 어렵더라도 댓글 작성 지역 정도는 볼 수 있어야 외부 개입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상 한계"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댓글 작성자의 접속 지역 단순 파악은 가능하다. 하지만 댓글 작성 계정 주인의 '진짜 국적'은 알기 어렵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할 경우 VPN(가상사설망) 등을 사용한 우회 접속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VPN 사용자가 IP를 계속 바꾸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더라도 100% 정확하게 파악하는 시스템을 만들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댓글 국적 표기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고 익명의 순기능까지 제약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추진된 사례가 없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와 상관없는 각종 이용자 참여 서비스의 참여도도 쪼그라들 수 있다는 뜻이다. 국회 과방위도 관련 법안 1차 검토 보고서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나 국가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먼저 포털 스스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포털이 여론 조작의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반복되는 건 문제"라면서 "매크로를 악용하는 제도를 포털 스스로 정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