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부족한 거 아녔어? 정부가 '대기 간호사' 적체 해소 나선 이유

입력
2023.10.05 17:40
간호사 수급 불균형에 1년 이상 채용 대기 발생
'동기간 면접제' 확대 및 채용 가이드라인 마련
목표는 간호사 중복 합격·임용 포기 줄이기

지방의 중소 병원들은 만성적인 간호사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반대로 수도권 등의 대형 병원에는 최종 합격을 하고도 길게는 1년 이상 발령을 기다리는 '대기 간호사'들이 적지 않다. 일부 병원들이 갑작스러운 간호사 사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간호사를 일시에 채용한 뒤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대기 순번제'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대기 간호사들은 불안감, 채용 후 임상 부적응 우려 등을 호소하고, 대기 기간에 중소 병원에 임시 취업해 있던 간호사가 발령이 나면 연쇄 이동으로 인한 간호 인력 공백과 수급난이 뒤따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5일 '동기간 면접제'와 신규 간호사 채용 가이드라인을 꺼내 들었다. 올해 4월 발표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동기간 면접제는 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최종 면접을 매년 7월이나 10월 중 특정 기간에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개에서 시범 적용한다. 이들 시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지난해 기준 4만179명으로 전체 의료기관 간호사의 15.8%를 차지한다. 구체적인 면접 시기는 매년 초 병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결정한다.

복지부는 3년 뒤 동기간 면접제 효과를 평가해 지속 및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동기간 면접제 확대로 간호사들의 중복 합격이 줄면 연쇄 이동도 감소해 중소 병원의 인력 공백이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은 2019년부터 자율적으로 동기간 면접제를 실시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이들 병원의 간호사 임용 포기율은 2019년 29.6%에서 지난해 22.0%로 7.6%포인트 감소했다.

복지부가 대한간호협회 및 병원협회와 함께 마련한 채용 가이드라인은 간호사를 뽑을 때 대기 순번과 입사 예정 월을 고지하고 필요 인력의 정확한 추계와 정기적 발령을 권고하는 게 골자다. 500병상 이상 전국 종합병원 57개와 상급종합병원 45개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행한다.

가이드라인의 효과는 올해 유사한 내용의 '분기별 발령제'를 자체 도입하고 임상 적응 교육·훈련 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한 강북삼성병원에서 일부 확인됐다. 발령일 사전 고지 이후 간호사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신입 간호사 사직률은 3.8%포인트 감소했다. 윤동섭 병원협회 회장은 "병원들이 자율적으로 동참하는 채용 가이드라인과 동기간 면접제 확대로 간호 인력난이 다소나마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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