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일본 도요타의 전기차에도 들어간다. 전기차 개발 및 보급이 상대적으로 늦었다는 평가를 받은 도요타도 한국 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채비를 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도요타와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5일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도요타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25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과 르노닛산, 현대차, 제너럴모터스(GM)를 포함해 글로벌 톱5 완성차 회사에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
도요타 고위 경영진이 9월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을 찾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예상은 됐지만 큰 규모에 장기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LG에너지솔루션의 단일 수주 계약(합작 공장 제외)으로는 최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핵심 부품 공급망을 자국 기업 위주로 꾸리는 경향이 짙은 일본 기업들의 보수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기반 파우치셀이 담긴 모듈을 만들어 도요타에 보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해 올해 말부터 2025년까지 미시간 공장에 4조 원을 투자해 도요타 전용 배터리 셀·모듈 생산 라인을 깔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미시간 공장의 생산 능력은 총 40GWh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북미에서 2개의 단독 공장과 6개의 합작 공장을 운영·건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수주를 통해 북미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요타도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좀 더 안정적으로 전기차 생산·판매에 나설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공장에서 만들 배터리 모듈을 받은 도요타는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팩으로 조립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셀과 모듈 기술력, 도요타의 팩 기술력이 결합해 안전성과 성능 등이 좋아진 배터리와 더 안전한 전기차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데쓰오 오가와 도요타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하는 것은 제조 및 제품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고객의 기대에 걸맞은 높은 안전성, 성능, 품질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밝혔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세계 1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 도요타와 배터리 선도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새 협력이 북미 전기차 시장의 커다란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