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마대로 봉사하랄 땐 언제고.. 퇴역마 관리는 깜깜이

입력
2023.10.04 19:30
동물자유연대, 서울경찰기마대 퇴역마 현황 공개
5년간 8마리 퇴역 후 승마장, 사슴농장으로 팔려가


최근 5년간 서울경찰기마대에서 활동하던 말 8마리가 퇴역 후 승마장, 사슴농장 등으로 팔려갔지만 사후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4일 서울경찰기마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무차별 폐마 처리를 중단하고 퇴역마 복지체계를 수립하라"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말 8마리 가운데 1마리는 기생충성 뇌척수염에 의한 후지 보행실조로 안락사 처리됐다. 나머지 7마리는 노령과 질환 등으로 행사와 순찰활동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돼 승마장, 사슴농장 등으로 팔려갔다. 말들이 활동한 기간은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5년에 달한다.

단체는 지난달 퇴역마의 처우를 확인하기 위해 말들이 매각된 경기와 충남 지역을 방문한 결과를 공개했다. 8마리 중 2마리는 지난해 9월 충남 부여군 폐축사에 방치된 채 발견돼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말 '별밤'과 '도담'의 전 소유주에게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기마대에서 매각된 말은 찾을 수 없었다.

경기 지역에서 발견된 퇴역마 1마리는 적절히 쉴 곳이 없는 외부 공간에서 비를 맞으며 지내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나머지 1마리는 광주 사슴농장, 나머지 3마리는 승마장으로 팔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 측은 "매각된 후 말의 행방이 묘연하거나, 말이 부적절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사후 관리는 전무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1945년 창설된 서울경찰기마대는 치안을 담당하던 본래의 역할이 축소돼 현재는 대내외 행사를 담당하고 있다. 기마대는 지난달 기준 마필 10마리를 보유 중으로 기마 순찰, 견학 행사 등의 활동을 하며, 사실상 기관 홍보용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강재원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활동가는 "기관 홍보 목적으로 이용하던 동물을 쓸모없어졌다는 이유로 매각 처리하는 지금의 행태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며 "기마대는 국내 치안 행정을 담당하는 경찰 조직의 일원으로서 생명을 다룸에 있어 윤리적 책임감과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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