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창작자를 중심으로 고화질 사진·영상을 촬영하고 편집 작업하는 개인들이 늘면서 고용량·고성능 보조저장장치인 휴대용(포터블) SSD(Solid State Drive)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본래 일반인들과 접촉면이 좁았던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를 새로운 먹거리로 눈여겨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반 소비자용 휴대용 SSD에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공들인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3일 초고속 휴대용 SSD 'T9'을 내놓고 국내에선 4일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테라바이트(TB)와 2TB, 4TB 등 세 가지 용량 규격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최대 용량 규격인 4TB 제품이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초당 2,000메가바이트(MB)의 연속 읽기∙쓰기 속도를 내게 한다. 이는 4기가바이트(GB) 영화 1편을 2초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다 이전 세대 제품인 'T7'에 비하면 속도가 두 배 정도 빨라졌다.
소비자들이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디자인도 훨씬 세련됐다. T9은 길이 88㎜로 신용카드와 비슷한 크기에 무게는 122그램으로 가볍다. 또 부드러운 촉감의 외부 재질을 갖췄고 비대칭 사선 굴곡과 카본 패턴을 적용해 고급 지갑과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내부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방열(TIM) 재료를 썼고 표면 온도가 최대 60도가 넘지 않게 설계해 저온 화상 국제 안전 표준 기준을 충족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최근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만들어지는 SSD의 기업용 매출이 줄어들면서 소비자용 SSD 시장 키우기에 나섰다.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반등하는 D램과 비교해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해결사 역할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SK하이닉스는 5월 첫 휴대용 SSD '비틀 X31'을 국내에 출시해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무게 53그램에 길이가 74㎜ 정도로 초소형·초경량 크기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한 손에 들어오는 제품'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소비자용 SSD는 더 이상 대중에 낯선 제품이 아니다. 전문 크리에이터들은 촬영은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편집은 PC에서 진행하지만 영상을 옮기고 저장할 때는 휴대용 SSD를 쓰고 있다. 또 게이머들은 개인용 컴퓨터나 콘솔(게임기)의 용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SSD를 연결해 쓰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소비자용 SSD 시장의 매출이 2027년까지 연평균 36.1%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의 용량 요구량도 늘어나면서 SSD의 평균 용량도 기기당 3TB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손한구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브랜드제품Biz팀 상무는 "고화질 이미지와 4K 동영상이 보편화하면서 소비자들이 고용량 데이터를 전송 및 저장할 일이 늘고 있다"며 "T9은 이런 수요를 반영해 사용자가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