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도 학생들을 떼어낼 수 없다"...강의하느라 '수상 전화' 놓친 교수

입력
2023.10.04 15:48
안 륄리에, 노벨 물리학상 영예
역대 5번째, 3년 만 여성 수상자
"수업 중 쉬는 시간에 소식 접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안 륄리에(65) 스웨덴 룬드대 원자물리학과 교수가 수업 중 수상 소식을 접한 사연을 밝혔다.

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피에르 아고스티니(60)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61) 독일 막스 플랑크 양자과학연구소 교수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륄리에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을 받았다는 전화가 왔을 때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이었다"고 했다.

륄리에 교수는 학부생 약 100명을 대상으로 기초 공학 물리학 수업을 하고 있었다. 노벨위원회로부터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왔지만 륄리에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둬 바로 받지 못했다. 이후 쉬는 시간에야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수상 소식을 들었다. 륄리에 교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수업을 마치는 게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륄리에 교수는 "기자회견이 열릴 때까지 수상 소식을 비밀로 해달라는 노벨위원회의 주문 때문에 학생들에게 말할 순 없었다"면서도 "다들 짐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이날 수업을 조금 일찍 마쳤다. 노벨위원회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의 도중 통화 중인 륄리에 교수 사진을 게재해 "노벨상도 그를 학생들에게서 떼어놓을 수는 없다"고 소개했다.

륄리에 교수는 역대 다섯 번째이자, 2020년 이후 3년 만의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다. 그는 "알다시피 이 상을 받은 여성이 그리 많지 않기에 매우 매우 특별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역사상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메이어, 2018년 도나 스트리클런드, 2020년 앤드리아 게즈 등 4명이었다.

륄리에 교수는 "나는 모든 여성들에게 도전에 흥미와 열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냥 해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또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일구는 삶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결혼해 두 아들을 뒀다.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를 안은 셋은 아토초(atto second, 100경분의 1초) 단위의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 방법과 관련해 공로를 세운 과학자들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