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대왕고래에 잡아먹힐 수 있을까?

입력
2023.10.07 04:30
11면
책 '대왕고래: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그림책이지만 정확도 높은 논픽션…어른도 흥미로울 책
"사람이 입엔 들어갈 수 있어도 식도 작아 못 삼켜"

모든 동물 중에 가장 큰 심장(2015년 캐나다 해변에서 발견된 사례의 경우 무게만 300kg)을 지녔지만 뇌는 사람의 두 배(3.5kg)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새끼 땐 몸집이 그 어떤 동물보다도 크다. 새끼 때 길이만 7m에 무게는 2~3톤이나 된다. 하지만 가장 깊이 잠수하거나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는 포유류는 아니다. 아마도 당신이 몰랐을 이 놀라운 기록들의 보유자는 바로 대왕고래다. 오늘날 가장 긴 척추동물이자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란 기록도 바로 이들의 차지다.

'대왕고래: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는 그림책이지만 교양서에 가깝다. 직접 먼바다에 나갈 정도로 고래 팬이라는 노르웨이 작가 안드레아스 셰른샤우겐은 문헌을 기반으로 감수를 받아 책을 썼다. 새끼가 태어나 엄마와 자라다가 독립할 때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곳곳에 대왕고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담았다.

어린이들이 던질 법한 귀여운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들도 흥미롭다. '내가 대왕고래의 입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대왕고래에게 잡아먹힐 수 있나요?' 등이다. 답을 미리 공개하자면 이렇다. 대왕고래 입엔 들어갈 수는 있지만 식도가 작아 삼켜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크릴 등 작은 바다 생물만 먹기에 우리를 먹진 않을 테지만 굳이 그 입속으로 헤엄쳐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게 책의 현명한 조언이다.

읽다 보면 이렇게 멋진 대왕고래와 오래도록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게 된다. 인간이 고래잡이를 시작하며 멸종 위기 동물이 됐다는 대목에선 미안한 마음이 든다. 1966년 사냥이 금지됐지만, 지구온난화와 바다 쓰레기 등 위험 요소는 여전한 것이 지금 대왕고래가 처한 현실이다.


이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