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 선수는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전성기다. 그런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48세의 나이로 출전한 선수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옥사나 추소비티나다. 단순히 참가에 의의를 둔 게 아니다. 8명만 진출하는 여자 도마 결선에 당당히 올랐다. 가장 나이가 어린 루시아 마리 만사노(필리핀)와는 31세 차이다.
□ 그가 주목받은 건 단순히 고령이어서만은 아니다. 그는 한때 아들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국적까지 바꿔가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모국인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로 뛰던 2006년 아들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겠다는 독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독일에 은메달을 안겨준 뒤 “아들이 나을 때까지 늙을 수 없다”는 발언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번 대회에서 비록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경기장을 찾은 중국 팬들은 ‘치우 마(엄마 추소비티나)’를 외치며 응원했다.
□ 국내에선 추석 연휴 KLPGA 박주영 선수의 첫 우승 소식이 전해졌다. 데뷔 14년 동안 279번째 도전만에 일군 생애 첫 우승이다. 그동안 5차례 준우승만 있었다. 그의 우승이 더욱 값진 건 출산 후 복귀 5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여서다. 작년에 아이를 낳고 1년가량 골프를 쉬었다. KLPGA 투어에서 ‘엄마 골퍼’의 우승은 김순희, 안시현, 홍진주에 이어 네 번째다. 박주영은 “아기를 낳고 휴식하는 동안의 훈련 공백과 몸의 변화가 큰 핸디캡이었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 아시아 국적으로는 최초로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바 있는 오사카 나오미는 지난 5월 출산을 앞두고 우려가 쏟아지자 “아이가 생기고 성적 떨어진 남성 선수나 걱정하라”고 일갈했다. 실제 노르웨이의 요룬 순고트보르겐 교수(스포츠과학대)는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출산 후 경기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기량 저하보다 이들이 더 힘들어하는 건 육아다. 대회 1라운드에 육아를 위해 집을 오가야 했던 박주영은 “KLPGA투어도 대회장에 탁아소를 마련할 때가 됐다”고 했다. 미국 LPGA투어는 탁아소 운영이 보편적이고, 일본 JLPGA투어도 지난해부터 탁아소 운영 대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