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꼴찌' 로스쿨

입력
2023.10.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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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하버드 로스쿨 여성 입학


1949년 10월 9일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이 여학생 입학 허용 방침을 공개했다. 어윈 그리스월드(Erwin Griswold) 부학장은 “여성들은 1918년 변호사협회 첫 가입 이래 먼 길을 왔다”며 “하지만 법조계에서 여성의 기회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당분간은 특출한 소수에 한해서만 입학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듬해 9월, 정원(520명)의 2.5%인 14명의 여성이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했다. 보스턴대 로스쿨이 여학생 입학을 최초로 허용한 1872년 이래 78년 만에,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주요 대학 중 꼴찌로 단행한 거였고, 학내에서도 의대 경영대 신학대보다도 늦은 조치였다. 첫 입학생 중 9명이 53년 졸업장을 받았다.

당시 객원교수로 상법을 강의한 소여 멘치코프(Soia Mentschikoff)를 빼면 여성 교수도 전무했다. 여성 재학생들은 1969년에야 하버드 여성법률협회(HWLA)를 창립, 교내 성차별에 맞서기 시작했다. 강의실 여성 처우 개선, 여성 교수 충원, 로스쿨 취업처의 여성 지원자 피임여부 질문 금지 등…. 1963년 이래 럿거스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하버드 로스쿨 출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56년 입학) 전 대법관이 하버드에서 잠시나마 강의할 수 있었던 것도 HWLA 후배들 덕이었다. 2022년 9월 하버드 로스쿨 입학생 중 여성 비율은 54%였다.

한편 아이비리그 대학 중 여학생 학부 입학을 가장 마지막으로 제한 없이 허용한 건 1983년의 컬럼비아대다. 다만 컬럼비아대는 1955년 이래 바너드칼리지 여학생들의 수강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긴 했다. 하버드대는 뒤에서 두 번째로, 레드클리프 여대와 통합한 1977년부터 여학생 입학을 허용했다. 여학생에게 문을 연 최초의 아이비리그 대학은 1870년의 코넬대로 1895년 미국 최초 여성 이학박사를 배출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