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 너무 잘한다고 동네 형한테 맞기도" 결국 금메달 딴 김관우

입력
2023.09.29 12:05
아시안게임 첫 정식종목 스트리트파이터5
대만 꺾고 한국 e스포츠 첫 금메달 새 역사
'오락=유해' 시절 뚫고 "승부욕으로 여기까지"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잘하는 편이었어요. 오락실에서 격투 게임을 계속 이긴다는 이유로 형들에게 끌려가서 혼나기도 했죠."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관우(44)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어린 시절 오락실의 추억을 떠올렸다. 오락실을 유해 장소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오락실에 갔다가 들키면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혼나기 일쑤였고, 오락실에선 "너무 잘한다"는 이유로 동네 형들에게 맞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꺾이지 않았던 열정은 그를 결국 금메달로 이끌었다.

김관우는 이날 중국 항저우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게임을 잘했던 분들은 그런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동네에서 맞아보지 않았다면 자신의 실력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옆구리를 맞아도 기술 콤보를 넣는 데 손을 놓지 않았던 의지와 승부욕으로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라는 결실을 맺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스포츠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다. '스트리트파이터5'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김관우는 전날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파이터5 결승전(7전4승제)에서 대만의 샹위린을 4-3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의 첫 e스포츠 금메달이다.

김관우는 "(스트리트파이터5가)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고 했을 때, 도전적으로 참가했다. 최선을 다해 선발전에서 우승해 국가대표가 됐을 때도 체감이 안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오기 전에 힘들게 훈련했다. 정말 오래 했던 게임임에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아시안게임에서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결국 아시아 정상에 오른 김관우는 어린 시절 자신을 걱정하며 나무랐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경기를) 찾아보기 힘드신 연세다. 다른 분이 연락을 주셨다고 한다. 어머니 아시는 분이 '거기 아들 금메달 땄다'고 연락을 주신 것 같다. 어머니께서 약간 어설픈, 어렵게 친 것 같은 문자로 '너무 좋다. 기쁘다'고 해주셨다"며 기뻐했다.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