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 된 미국 공화당 2차 토론… 불참한 트럼프는 자동차 노동자 유세

입력
2023.09.28 16:43
토론회 중단되는 등 논쟁 과열 불구
압도적 1위 트럼프 존재감 극복 못해
외신들 "결국 아무런 도움 안 될 것"

내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를 뽑는 경선 2차 토론회가 27일(현지시간) 열렸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길 원하는 후보자들은 사회자가 토론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며 ‘유권자 눈길 끌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 모든 논쟁은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차 토론회에 이어 2차 토론회도 불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노동자들을 찾아가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당신 말 들으면 바보 된다" 격한 논쟁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 인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는 폭스뉴스네트워크와 유니비전 주관하에 공화당 경선 2차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팀 스콧 상원의원,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더그 버검 전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 7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 자체는 열띤 양상을 보였다. 후보자들은 상대방의 정책 방향이나 대(對)중국 행보 등을 두고 강한 비판을 주고받았다. 또 △임신중지 △우크라이나 지원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지) 위기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등 미국 사회의 주요 현안이 의제에 올랐다.

특히 지난 1차 토론회에서 시종일관 강한 어조로 눈길을 끈 라마스와미에 대한 나머지 후보자들의 견제가 심했다. 스콧 상원의원은 2018년 라마스와미가 중국 국영 투자기업과 협력한 것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라마스와미의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가입에 대해 “틱톡은 가장 위험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다. 난 솔직히 당신 말을 들을 때마다 좀 더 바보가 되는 것 같다”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후보자들이 상대방 발언을 끊거나, 사회자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인 탓에 토론회가 여러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때떄로 후보자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고성을 지르는 싸움까지 벌어졌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월할 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후보자들이 새로운 차원의 전투력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토론회, 결국 아무런 도움 되지 않을 것"

그러나 NYT는 이날 토론회를 두고 “격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이 모든 ‘불꽃놀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기에, 나머지 후보들이 격전을 벌인다 해도 전체적인 경선 구도엔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후보자도 있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종됐다. 그는 오늘 밤 (토론) 무대에 있어야 했고, 재임 기간 국가 채무를 7조8,000억 달러 늘려 우리가 당면한 인플레이션의 씨앗을 뿌린 것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을 자제했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태도 변화를 보인 셈이다. ‘반(反)트럼프’ 노선을 견지하던 크리스티 전 주지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WP는 “일부 후보가 날카로운 발언을 한 것 외에, 나머지 후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서로를 쫓아다니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미시간주의 트럭 부품업체 ‘드레이크’를 찾았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현장에 동참한 것과는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자동차 노동자 계층에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내게 4년을 더 달라.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한 표는 미래 자동차가 미국에서 제조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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