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재벌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스타벅스를 국내에 도입하고 이마트의 혁신을 불어넣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했습니다. 정 부회장이 시도한 사업은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나뉘면서 업계 평이 갈리지만, 공통 의견 중 하나는 '트렌드와 미래적 비즈니스를 읽는 감각'이 훌륭하다는 점입니다.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해 보려는 탐험가적인 기질이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런 정 부회장이 유명해진 것은 또 하나, '패션'에 대한 확고한 철학입니다. 과거 재벌가 남성들의 펑퍼짐한 슈트가 아닌 몸에 딱 맞는 비스포크 슈트부터 다리 라인이 딱 맞게 떨어지는 테이퍼드 데님 팬츠까지, 정 부회장 스타일은 우리가 생각해온 재벌가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에서부터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옷을 입으면서 자신만의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준 스타일은 단순히 멋지다를 넘어서서 그를 평가하는 하나의 긍정적인 지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은 정용진 부회장의 스타일이 어떻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 부회장은 늘 공식 석상에서 슈트 차림입니다. 대부분 그레이 혹은 네이비 슈트 차림인데 이는 부회장이라는 무거운 직위에 그레이의 중후하고 진중한 느낌과 네이비의 신뢰감 넘치는 이미지를 취사 선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부회장이라는 직위에 비해서는 젊은 나이이지만, 1968년생이라는 점에서 안정적이고 신뢰감 느껴지는 그레이 컬러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필자는 판단합니다.
정 부회장은 풍채가 크고 키가 큰 편이기에 기성복보다는 비스포크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재킷의 어깨는 넓게 하되 허리를 조이고 기장을 딱 맞게 맞추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이해했다는 것은 비스포크 슈트로 여실히 드러나는데, 특히 재킷을 입는 방식은 영국과 이탈리아 스타일의 중간 지점으로 보입니다. 정 부회장이 즐겨 입는 브랜드가 유수의 클래식 브랜드도 있지만 톰 포드 같은 젊은 클래식 브랜드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는 자신의 몸을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핏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당하게 올라간 어깨와 단단한 가슴은 확고한 의지를, 딱 맞게 들어간 허리는 빈틈없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셔츠와 타이를 매칭하는 것을 보면 정 부회장의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 있습니다. 딤플로 만든 타이와 레귤러 카라 셔츠부터 와이드 카라 셔츠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셔츠를 매칭하는 것만 봐도 그가 이해하는 클래식은 단순히 착용하는 것을 넘어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클래식을 제대로 입는 재벌가의 남성 스타일은 이토록 매력적입니다. 클래식에 슈트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높기에 누구보다도 더 멋지고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이탈리안과 영국 그 사이의 클래식에서 자신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줄 스타일을 잘 차용해 늘 당당한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당당한 모습을 통해 비즈니스를 대하는 그의 발걸음은 늘 당당해 보입니다. 한 그룹의 부회장으로서 전면적으로 나서는 당당한 모습에 완벽한 슈트가 어울려 마치 갑옷처럼 생각되는 단단하고 확고한 기세가 느껴집니다.
공식적인 장소에서 슈트 외에도 데님 팬츠를 즐겨 입는 정 부회장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데님 팬츠에 카라 니트를 매칭해 깔끔한 캐주얼을 표현하고 가을에는 니트와 패딩 베스트 조합을 스타일링하거나 가벼운 점퍼를 입어 활동성 높은 캐주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어야 할 장소에서는 데님 팬츠에 캐주얼 셔츠와 블레이저를 착용해 댄디한 스타일을 만들기도 합니다. 데님 팬츠 하나를 잘 이해하면 다양한 스타일에 두루두루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했기에 가능한 스타일이라고 판단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데님 팬츠의 디테일입니다. 정 부회장은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워싱이나 와이드 핏, 절개 같은 디테일을 최대한 배제합니다. 깔끔한 슬림 스타일의 테이퍼드 핏(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의 포멀한 실루엣)을 항상 입는데 이는 어떤 상의와 매칭해도 깔끔한 스타일을 만들 수 있으면서 어떤 신발과 매칭해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런 테이퍼드 핏 데님 팬츠는 구두와 매칭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이니 점잖은 핏이라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와 더불어 워싱은 들어가지 않은 것부터 많게는 허벅지 정도만 들어간 것을 선택하는데, 이는 워싱 디테일로 인해 팬츠로 집중되는 것을 막고 깔끔함을 유지하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워싱이 들어간 데님 팬츠도 화려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의도가 확실히 보입니다.
정 부회장의 데님 팬츠 스타일링은 우리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때 꽤 참고할 만한 스타일입니다. 적당히 캐주얼하면서 격식을 놓지 않고 싶을 때는 정용진 부회장의 데님 팬츠 스타일링을 쭉 찾아보는 것도 꽤 추천드릴 만한 스타일입니다.
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그는 당당하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끔 그 당당함이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어쩌면 한 그룹의 총수가 될 사람으로서 자신을 믿고 일하는 임직원들과 그의 가족들을 위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패션은 그런 그의 모습을 당당하게 지켜주기도 혹은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기도 합니다. 슈트를 입을 때는 당당한 부회장의 모습으로, 캐주얼하게 데님 팬츠를 입을 때는 부드러운 남자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영리하게 표현하는 스타일로 패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정용진 부회장, 앞으로의 패션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