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온다던 현수막, 올해는 더 골칫덩어리 됐네

입력
2023.09.29 10:00
코로나 19 때 귀향 자제 명절 현수막
내년 총선 앞두고 난립, 시각 공해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 3년 동안 고향마을 어귀에 내걸렸던 방문 자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올해는 사라졌다.

2020년 9월 코로나19가 전국의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 정선군이 한 주무관의 아이디어로 내건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을 시작으로 지역마다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고향 방문 자제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내걸렸던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 만든 애향심을 자극했던 문구들이 그립다. 눈에 잘 띄는 톨게이트 주변이나 마을 입구에 걸린 따뜻한 말 한마디를 보며 타지 생활의 고단함을 잊고 가슴이 뭉클함을 느끼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올해. 내 고향은 어떤 모습으로 귀성을 환영할까?

이번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각 지역 초입에는 유난히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현수막이 어지럽게 자리 잡았다. '정치'가 명절 밥상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고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있어 놓칠 수 없는 홍보의 대목이기 때문이다.

치적을 알리거나 얼굴 알리기를 위한 도구로 무분별하게 사용된 현수막은 ‘공해’가 되었다. 일부 여야가 당명을 표기하지 않고 명절 인사만 적어놓은 ‘협치 현수막’, 지역 위인들의 손글씨로 만든 귀성 환영 현수막도 있었지만 누구의 현수막인지도 모르는 시각공해 속에 묻혀 의미가 퇴색했다.


모두가 힘겹게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고 맞는 첫 한가위 명절이다. 위로와 격려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 만큼 고향을 들어설 때 어수선한 풍경은 잠시 잊고 따뜻한 밥 한 끼 속에 훈훈한 덕담이 가득한 추석 밥상이 되길 바라본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