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 최초의 아시안게임 4관왕은 볼 수 없게 됐다.
남자 수영 중장거리 간판 김우민(22·강원도청)은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15분1초07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은 14분55초47의 페이리웨이(중국)가 가져갔다.
전날 동료들과 이뤄낸 남자 계영 800m 금메달의 기운을 이어 개인 종목에서 꿈의 4관왕을 노렸지만 가장 확신이 없었던 종목에서 아쉽게 은메달을 놓쳤다. 국내에서 세운 개인 최고 기록(14분54초25)을 달성했더라면 금메달도 기대해볼 수 있었는데, 레이스 중후반에 상대와 간격이 벌어지면서 2위에 자리했다.
그럼에도 김우민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은빛 역영을 마친 뒤 "목표였던 4관왕에 다가서지 못했지만 은메달이라는 결과도 만족한다"며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우선시했던 남자 계영 800m에 모든 역량을 쏟느라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김우민은 "연습 때 계영 800m라는 뚜렷한 목표 때문에 단거리, 중거리 훈련에 중점을 뒀다. 스피드는 받쳐줬는데 관건은 중후반 체력이었다. 결국 페이스가 느려졌다"고 돌아봤다.
4관왕은 불발됐어도 3관왕은 충분히 가능하다. 김우민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28일 자유형 800m, 29일 자유형 400m에서 3관왕을 노린다. 두 종목 모두 아시아에서 마땅한 적수가 없다. 3관왕도 역대 2명뿐인 대기록이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1982년 뉴델리 대회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3관왕에 올랐고, '마린 보이' 박태환이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2회 연속 3관왕을 달성했다.
김우민은 "가장 자신 있는 자유형 400m는 개인 기록 경신이 목표"라며 "800m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달성한 느낌으로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4관왕이 부담 됐는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도전 자체를 즐기면서 하려고 했다. 홀가분하다는 생각보다 남은 경기를 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답했다.
김우민은 계영 800m 금메달이 매우 기쁜 나머지 전날 잠을 거의 못 잤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멤버들이 전부 모여서 얘기하느라 잠을 잘 못 잤다. 숙소에 도핑 검사 끝나고 들어가니 자정께 도착했다. '우리가 훈련한 대로 목표를 달성했다' '고생했다' 등의 말로 서로를 격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열린 여자 배영 200m에서는 이은지(방산고)가 2분9초75에 레이스를 마쳐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아시안게임 배영에서 메달을 따낸 건 1998년 방콕 대회 200m 심민지(3위)와 100m 최수민(3위) 이후 25년 만이다.
이날 마지막 종목인 남자 혼계영 400m 결선에선 배영 이주호-평영 최동열-접영 김영범-자유형 황선우로 이뤄진 한국 혼계영 대표팀이 마지막 주자 황선우의 역영으로 3분32초05의 한국 신기록을 찍고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 종목 은메달은 박태환을 앞세웠던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금메달은 아시아 신기록 3분27초01을 기록한 중국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