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 현수막 쓰레기 1000톤 넘게 배출... '친환경' 움직임도

입력
2023.09.26 18:20
정당 현수막 규제 법안 진척 없어

전국단위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1,000톤 넘는 현수막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이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안으로 비교적 친환경 재질로 현수막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26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전후 3개월 동안 쏟아진 현수막은 1,557톤(상업용 현수막 포함)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3월 대선 전후 4개월 동안에도 1,111톤에 이르는 현수막 쓰레기가 발생했다. 두 선거를 비롯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선거 기간 발생한 현수막 쓰레기 총량은 1만3,985톤에 달했다. 올 상반기는 선거가 없었음에도 현수막 쓰레기 발생량이 2,733만 톤에 달했다. 지난해 말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돼 정당 현수막을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설치할 수 있게 허용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현수막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은 20~30%에 그쳤다.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창고에 보관되는데, 현수막 천 원료로 주로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은 소각 시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을 발생시킨다.

홍 의원은 이러한 환경 부담을 덜기 위해 정치권에서 최초로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소재 현수막을 걸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 추석 명절 인사 현수막부터 PET 재질 현수막을 내걸었다. PET 현수막은 폐기한 뒤 전량 시멘트 보강재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다. 홍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PET 현수막은 기존 PVC 현수막보다 단가가 약간 비싸긴 하지만 인쇄 품질 등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은 진척이 없다. 올 들어 국회에서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하자는 법안이 10여 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성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