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막판 뒷수습을 위해 ‘쌈짓돈’ 약 99억 원을 끌어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파행을 거듭하며 그때그때 혈세를 끌어다 쓴 결과, 결국 새만금 청구서는 1,493억 원에 이르렀다. 애초 계획보다 3배를 웃돈 것으로, 준비 부실‧졸속 운영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열고 잼버리 막판 급조한 케이팝 콘서트 경비 등으로 지출한 일반 예비비 99억4,000만 원을 승인했다. 일반 예비비는 정부가 예측하지 못한 일에 대처하기 위해 편성한 일종의 비상금으로, 잼버리 뒷수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우선 사용한 비용 보전에 나선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상암 월드컵 경기장 보전 비용 등 콘서트 경비 지원에 16억6,000만 원이 들었고 지방자치단체 11곳의 숙박비 등에 약 82억8,000만 원이 쓰였다.
앞서 정부는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자, 잼버리 참가자 3만7,000명을 지난달 8일 조기 철수시켜 지방자치단체 11곳에 나눠서 수용했다. 잼버리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 1,022대와 잼버리 폐영일까지 5일간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 숙박비‧식비 등은 모두 지자체가 부담했다. 잼버리 폐막 후 정부는 이 수습비용 보전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는데 약 83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약속한 실비 보전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쓴 비용만큼 보전해 줬다”며 "지자체 여유예산, 특별교부세 등을 우선 끌어다 써 그나마 예비비는 최소화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각 지자체 숙소로 흩어진 잼버리 대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기관 직원 수당 등 제외된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쓰인 뒷수습 비용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차출된 공무원 7,729명과 공공기관 직원 534명 인건비는 잼버리지원특별법에 따라 소관 부처와 기관에서 출장비, 초과수당 등으로 처리된다.
일반 예비비 집행 승인까지 이뤄지면서 비용과 관련한 잼버리 결산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하지만 자금 투입 내역을 보면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필요할 때마다 부랴부랴 혈세를 끌어다 쓴 이력이 역력해서다.
2017년 8월 잼버리 대회 유치 당시 49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20년 12월엔 1.7배 늘어난 846억 원이 편성됐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 차례 추경을 통해 152억8,648만 원을 더 받아갔다. 개회식 이후에도 폭염과 벌레, 화장실 등 위생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부 예비비 69억 원과 행안부 특별교부세 30억 원이 긴급 투입됐다. 이번에 승인·심의 중인 추가 예비비까지 포함하면 총 1,493억 원을 들였다. 준비 소홀로 쓰지 않아도 될 국민의 돈까지 쓰면서 국제적 망신을 산 셈이다.
향후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준비부터 마지막 땜질 대응 전 과정에 투입된 혈세가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18일부터 돌입한 국무조정실과 여가부, 전북도 등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