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구온난화의 핵심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한 끼 식사에 필요한 농축산물을 생산‧조리하려면 차로 12㎞를 달릴 때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쌀을 ‘저탄소 인증’ 쌀로 바꾸기만 해도 연간 23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탄소 절감효과(4인 가족 기준)를 거둘 수 있다.
저탄소 인증을 받은 사과 한 봉지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0.37㎏ 줄일 수 있다. 18개 봉지를 소비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량은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과 같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는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농가의 농축산물에 부여하는 제도다. 농산물은 2012년, 축산물은 2023년부터 도입됐다.
농축산업을 중심으로 금융‧유통 사업 등에 나선 농협이 주목한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저탄소 농축산물 확산을 통해 지구온난화 대응과 농민 지원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서다. 이달 20일 농협중앙회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친환경·저탄소 인증 농·축산업인에게 금리를 우대해주는 ‘탄소Zero챌린지적금Ⅱ’를 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당 상품은 저탄소 농법을 실천하는 농·축협 조합원이라면 최고 4%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의 친환경·저탄소 농축산물 생산 인증을 받았다면 0.5%포인트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운영하는 친환경·저탄소 농축산물 관련 인증제를 학습하거나, 탄소중립 생활실천수칙 동참에 서약하면 각 0.5%포인트씩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탄소중립 생활실천수칙은 저탄소 인증 농산물 이용과 냉난방 온도 조정, 대중교통 이용, 음식물 쓰레기 저감 등 12가지다. 농협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축산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예금‧적금 상품도 출시하며 농협은 금융시장에서 ESG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앞서 2021년엔 친환경 실천서약서를 낸 개인 고객에게 금리우대를 제공하는 ‘NH 내가 그린(Green) 초록세상 예적금’을 선보였고, 이듬해엔 국립공원을 걷고 국립공원공단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에 참여할 경우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NH 걷고 싶은 대한민국 적금’을 출시했다. 금융권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K-RE100’에 가입(2021년)한 것도 NH농협은행이다. K-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는 캠페인이다.
금융 상품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뒷받침해 온 농협이 중점 추진하는 또 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은 나무 심기다. 1961년 설립된 농협은 '61년'을 의미하는 6,100그루의 나무를 지역 사회 곳곳에 심으며 탄소 배출 줄이기와 산림 보전에 나서고 있다.
올해 6월에는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아 전남도교육청에서, 제78회 식목일을 앞둔 4월 3일에는 경기 고양시 소재 농협대에서 각각 식수에 나섰다.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나무심기는 더 나은 농업·농촌 환경을 가꾸는 소중한 실천”이라며 “ESG 경영을 계속 실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농축산물 생산‧유통 등을 담당하는 농협경제지주도 올해 4월 경북 영주시 국립산림치유원에서 롯데칠성음료, 한국산림복지진흥원과 함께 ‘ESG 희망의 숲’ 조성에 나섰다. 지난해 3월 세 곳이 맺은 ‘ESG경영 활동 및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이들 기관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해 4,000㎡(1,210평) 규모의 ‘ESG 희망의 숲’ 부지에 단풍나무와 복자기나무 등 365그루를 심었다. 356일, 1년 내내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다.
농협의 ESG 경영은 올해 들어 더욱 구체화했다. ESG 정책 총괄을 맡은 범농협 ESG추진위원회는 5월 ‘함께하는 ESG, 지속가능 농업·농촌’을 농협의 ESG 활동 방향으로 정했다. 모두가 ESG 활동에 동참할 때 농업인이 웃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이외에도 농협은 구호물품 지원과 법률 보조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동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농협은 ‘범농협 비상대책회의’를 소집, 피해 농가와 이재민에게 구호물품을 보냈다. 같은 해 쌀값 폭락으로 힘들어하는 농민을 위해선 쌀 소비 촉진 캠페인 ‘라이스 버킷 챌린지’도 진행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많은 농촌을 찾아 의료 지원과 검안, 돋보기안경 등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농업인 약 51만 명이 수혜를 받았다. 법률지식 부족, 소송비용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을 위해선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무료법률구조 사업도 해오고 있다. 중위소득 150% 이하인 농업인, 별도의 소득이 없는 농업인의 배우자 등이 대상으로 13만 명이 넘는 농업인과 가족이 1조8,000억 원 이상의 혜택을 봤다는 게 농협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