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기후 대응에서 또 한 발 후퇴한다.
2025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7'을 시행 예정인데,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무산될 것이 유력하다. 현행 기준인 '유로6'보다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의 배출량을 크게 제한하려 했으나,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EU는 1993년부터 배기가스 오염도를 기준으로 '유로1~6'로 분류하는 자체 기준을 마련해 왔다.
EU 행정부에 해당하는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유로7' 초안에는 야심 찬 목표가 담겨 있었다. △질소산화물 35% 감축(트럭, 버스는 56% 감축) △과거에 규제하지 않았던 아산화질소 등에 대한 배출 제한 도입 △타이어가 마모되면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등 오염물질 규제 등이 포함됐다. 집행위는 "자동차는 2018년 유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39%를 차지하는 등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이며 도로교통으로 인한 역내 조기 사망자가 연 7만 명에 이른다"며 유로7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8개국이 격하게 반대했다. 자동차 생산과 자동차 부품 공급을 산업의 핵심 축으로 삼는 나라들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2035년 전기차 전환'이라는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차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건 불필요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데, 이는 유럽의 자동차 산업에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중국 등 역외 업체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근거도 댔다. 유럽 내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유로7 도입으로 인한 환경적 이득도 크지 않다고 봤다.
이에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선 초안이 대폭 수정됐다. 수정안은 유로6에서 타이어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를 추가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유럽 뉴스 전문 채널 유로뉴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은 "현재 우리가 보유한 기술보다 낮은 목표를 세우는 것"(스벤 기골드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라고 이사회 결정을 비판했다. EU의 기후위기 대응 공동 전선에 또다시 균열이 생긴 셈이다.
유로7 최종안은 집행위, 이사회, 유럽의회 간 3자 협상에서 정해지므로 세부 내용이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