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보법 찬양·고무죄 합헌"... 재판관 1명 모자라 '아슬아슬'

입력
2023.09.26 16:36
8번째 심판대 올랐지만 합헌 유지

이적단체 가입이나 찬양·고무 활동 등을 금지한 국가보안법 7조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8번째 판단이 나왔다. 일부 조항은 헌법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밝혔지만, 위헌 정족수(9명 중 6명)에서 1명이 모자라 합헌으로 처리됐다.

헌재는 26일 국가보안법 7조 1항(찬양·고무)과 5항(찬양·고무 등 목적 표현물 제작)에 대한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총 11건을 병합한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반국가단체를 규정한 2조와 이적단체 가입을 처벌하는 7조 3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청구인들이 관련 형사재판에서 무죄나 면소 판결을 확정받은 관계로 각하됐다.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는 이적행위를, 5항은 이적 표현물을 제작·유포·운반·소지· 취득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청구인들은 "공공복리에 대한 위험성만을 기준으로 처벌하는 해당 조항이 양심과 표현, 사상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다수의견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온 전통적 입장을 변경해야 할 만큼 국제정세나 북한과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없다"며 기존 결정을 고수했다.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미리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원칙)와 과잉금지원칙(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원칙) 위배 주장도 물리쳤다. 헌재는 "법원 판례 축적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 조항에 대한 규범적 질서는 더욱 확고하게 형성됐다"며 "위험성이 현존하는 단계에서야 공권력 개입이 이뤄진다면 국가의 안전과 존립이라는 중대한 법익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가보안법 7조는 법이 일부 개정된 1991년 이후 7차례나 헌법재판 심판대에 올랐다.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위헌 의견을 내는 재판관 수는 점차 늘어났다. 이번 결정에서도 유남석·정정미·김기영·문형배·이미선 등 5명의 재판관이 국가보안법 7조 5항중 표현물의 소지와 취득을 금지하는 부분에 "막연한 가능성만을 근거로 소지·취득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법 개정과 효력 정지를 위해서는 재판관 9명중 6명의 위헌 결정이 필요하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표현물뿐 아니라 이적행위 관련 금지 조항에도 모두 위헌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 등은 "현재 우리 사회는 상당히 성숙돼있고, 찬양·고무 등 행위는 지지의 태도를 나타낼 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이나 폐지를 도모하는 행위가 아니다"며 "(처벌 조항은)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 및 그 전제가 되는 양심과 사상의 형성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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