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현직 제1야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는 이 대표 무죄를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과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리는 등 종일 시끄러웠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31분 단식 치료차 입원한 중랑구 녹색병원을 출발해 오전 10시 3분 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지팡이를 짚은 채 취재진의 포토라인에 선 그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 '김인섭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냐' 등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입을 굳게 다문 이 대표 본인과 달리 법원 앞에선 그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열띤 장외전이 펼쳐졌다. 애국순찰팀,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증거인멸 사법방해 도주우려 사기단식 이재명 구속" 구호를 외치며 이 대표를 구속하라고 소리쳤다. 신자유연대 관계자는 "법원 직원들에게 '이재명 싹 다 구속해 송(song)'을 들려줘야 한다"며 "대한민국 법치를 지키기 위해 이 대표를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진영의 공세는 더욱 거셌다. 더민주혁신회의와 촛불연대는 오전 8시부터 파란색 우비 차림으로 '민주주의 지켜내자' '정적 제거 중단하라' '국민의 항쟁이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이 대표를 응원했다. 김경주 민주당 경상북도당 청년위원회 위원은 "검찰의 무도한 독재에 맞서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민생의 근간을 흔드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점심이 되자 양측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구속 찬성' 측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집결지를 옮긴 반면, 전국에서 모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들은 법원 앞을 계속 지켰다. 경기 의정부에서 온 이태겸(43)씨는 "이 대표가 당하는 수모를 집에서만 보자니 답답해 직접 나왔다"며 "영장심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섯 살 딸과 함께 찾은 백모(49)씨도 "6개월 전 민주당원으로 가입하고 이 대표를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탓인지 집회 참여 인원은 진보단체 150여 명, 보수단체 50명 수준으로 양측이 신고한 규모보다 크게 적었다. 앞서 경찰은 중앙지법 앞에 약 3,000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1,800여 명을 투입해 혹시 모를 물리적 충돌에 대비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단체들의 스피커 소음이 기준 데시벨(㏈)을 넘겨 음향 조절을 요청하긴 했지만, 충돌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