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대 16'
서울과 전남의 4년제 대학이 구독하고 있는 학술 데이터베이스(DB)의 평균 개수다. 학술DB는 국내외 저널(학술지), 논문 등 방대한 자료를 온라인상에서 편리하게 찾아 읽을 수 있어 교수부터 학생까지 대학 구성원들의 수요가 높다. 그런데도 대학이 구독하는 DB 종류가 소재지에 따라 2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대학의 학술DB 구독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의 연구·학습 환경이 더욱 악화할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6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학에 학술DB 구독료를 지원하는 '대학 라이선스 사업'의 예산이 올해 228억 원에서 내년 222억 원으로 줄었다. 최근 5년간 매년 50억~60억 원씩 증액되던 사업 예산이 깎인 건 올해가 처음이다.
대학 라이선스 사업은 KERIS가 희망 대학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해당 학술DB 구독권을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구독료의 20%를 국고로 지원한다. 내년 예산 삭감에 따라 대학이 활용할 수 있는 학술DB 수도 올해 52, 53개에서 내년 49, 50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기초연구 기반 약화 우려가 큰 가운데, 필수적 학문 도구로 자리 잡은 학술DB 구독료 부담까지 늘어나 대학과 학계의 원성이 커질 전망이다. 해외 주요 DB의 경우 대학이 부담하는 구독료가 수십억 원에 달한다.
특히 대학원생은커녕 학부생 충원부터 비상등이 켜진 지방대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5개 과학기술원 제외)의 학술DB 구독 종수를 지역별로 평균을 냈더니, 세종(9종) 제주(15종) 전남(16종) 광주(17종) 충북(17종) 지역 대학이 특히 적었다. 반면 서울(31종) 인천(35종) 대구(37종) 울산(55종) 지역 대학은 전국 평균(23종)을 크게 웃돌았다.
지역 편차는 개별 학교 간 비교에서도 뚜렷하다. 국내 1, 2위 도시인 서울과 부산을 각각 대표하는 서울대와 부산대의 학술DB 구독 종수는 90종과 44종으로 2배 차이가 났다. 학술DB를 많이 구독하는 상위 5개 대학은 고려대(126개) 가톨릭대(96개) 서울대(90개) 연세대(74개) 경희대(68개)로, 경기도에 있는 가톨릭대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에 있는 대학이었다. 상위 20개 대학 중에서도 8곳이 서울 소재 대학이었다. 또 이들 20개교 가운데 의대가 설치되지 않은 대학은 단 1개(홍익대)에 불과했다. 의대가 없는 지방대라면 연구에 필요한 논문이 있어도 비용 부담에 엄두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전국국공립대 교수노조 등 대학 관련 단체들은 지역 차별 없이 연구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학 라이선스 사업의 확대를 교육당국에 요구해왔다. 대학이 부담하는 자료구입비는 2012년 2,487억 원에서 2022년 2,482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학술DB와 같은 전자자료 구입비는 같은 기간 1,341억 원에서 1,783억 원으로 크게 늘었고 전체 자료구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3.9%에서 71.8%로 커졌다.
단체들은 특히 대학이 많이 활용하는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와일리(Wiley) 학술DB 구독료를 전액 국가가 부담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690억 원이다. 서 의원은 "기초연구와 대학의 연구역량이 곧 국력"이라며 "대학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학술자료 패키지에 국고를 제대로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