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설레며 기다려 온 추석 연휴를 또다시 늦잠과 낮잠과 밀린 잠으로 때울 수는 없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서울을 떠나지 못한 시민들은 집에서 가까운 공원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서울 도심 곳곳 공원에서 한가위 축제가 펼쳐진다. 자연, 문화, 역사 탐방부터 전통놀이 체험까지 차림상이 푸짐하다.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중구 남산공원을 추천한다. 남산 야외식물원에선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열매들을 소재로 생태 이야기를 들려주는 명절 특별 프로그램이 28, 30일에 하루 두 차례씩 진행된다. 남산 호현당으로 가면 한양도성을 한 바퀴 도는 ‘순성놀이’에 참가할 수도 있다. 조선시대엔 과거시험을 보는 선비들이 성곽을 하루에 다 돌면 장원 급제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순성놀이가 유행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추석 프로그램도 속속 재개된다. 마포구 월드컵공원 난지비치 앞에선 추석 보름달과 토성, 목성을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는 행사가 열린다. 28~30일 사흘간 오후 7시, 8시, 9시에 회당 30명씩 참가 가능한데, 사전 예약을 못 했다면 현장 접수 기회를 노려봐도 좋겠다. 29일과 30일 장승마당에선 땅 따먹기, 제기 차기, 투호 던지기, 소원 등 만들기 등 전통놀이 방법을 전래놀이 지도사들에게 직접 배워 볼 수도 있다.
월드컵공원 외에도 전통놀이를 체험할 기회는 많다. 성동구 서울숲과 강동구 길동생태공원, 서초구 매헌 시민의 숲엔 28~30일 사흘간 윷놀이, 제기 차기, 팽이 돌리기 등 각종 전통놀이 체험 마당이 마련된다. 추석 연휴 넷째 날인 다음 달 1일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선 신랑각시 떡 먹이기, 8방망줍기 등 이색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다.
노는 것도 지쳤다면 문화 감수성을 충전할 때다. 놓치기 아까운 무료 전시회도 공원에서 볼 수 있다. 강서구 서울식물원은 그 자체로도 힐링 공간이지만, ‘빛이 깨울 때’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도 하고 있다. 식물문화센터 2층 프로젝트홀2에선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로 유명한 천대광 작가가 7가지 색으로 공간성을 재해석한 신작 ‘천변만화: 무지갯빛 풍경’을 선보이고, 마곡문화관에선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랩이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 500여 개와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빛의 생명력을 표현한 신작 '반디’를 상영한다.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선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의 전통 가면과 복식을 한자리에 모은 ‘또 다른 얼굴들-한국과 아세안의 가면들’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아세안문화원, 유네스코 아태문화유산센터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전시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가까운 공원에서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특별프로그램과 함께 풍성한 한가위를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