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두 개를 사려면 1만 원을 내야 하는 고물가로 인해 추석을 앞둔 서민 가정의 시름이 깊다. 여기에 지난해보다 체불 임금이 30% 급증했다는 소식도 더해졌다. 민생고를 방치하고는 어떤 정치세력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체불 임금은 1조1,411억 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7%(2,615억 원) 늘었다. 피해 근로자는 약 18만 명에 이른다. 아파트 도색 일을 하는 40대 노동자는 “두 달치 임금을 떼였다”며,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인데, 그걸 안 주니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임금 체불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공동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두 장관은 25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임금 체불로 인해 국민 삶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임금 체불은 노동의 가치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엄단을 약속했다.
재산을 은닉한 악의적인 사업주나 상습 체불 사업주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소액이라도 고의로 체불할 경우 정식 기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체불액보다 적은 벌금형을 남발해 온 법원도 이참에 임금 체불 범죄의 심각성을 새겨야 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임금 체불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고의성 짙은 상습 체불도 심각하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임금 체불로 두 번 이상 검찰에 송치된 사업장은 7,707곳, 세 번 이상 송치된 곳도 2,102곳에 달한다. 38번이나 송치된 사업장도 있다.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는 무려 300억 원대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해 최근 구속됐다.
정쟁(政爭) 심화로 ‘정치’가 마비된 상황 속에서 임금 체불 급증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경제와 민생을 뒷전으로 미뤄둔 이념 싸움은 의미 없는 허울일 수밖에 없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과 경제 살리기, 엄정한 법집행에 집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