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 잠잠해진 뒤 처음 맞는 가을이다. 전국 곳곳이 가을 축제로 들썩이는 가운데 ‘바가지 요금’ 근절이 화두다. 최근 지자체 축제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음식 가격에 부실한 양으로 방문객들의 공분을 사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김제시도 내달 5일부터 5일간 열리는 ‘김제 지평선 축제’의 성공 개최를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25일 청사에서 만난 정성주(59) 김제시장은 “지평선 축제의 먹거리 장터에는 1만 원을 넘는 음식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대한민국 5대 글로벌 대표 축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농경 문화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주요 프로그램에 변화를 줘 한층 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평선 축제가 올해로 25년째다.
“1999년 시작한 제1회 축제 때부터 지역 특산물인 지평선 쌀과 드넓게 펼쳐진 김제평야, 지평선을 테마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한마당 축제로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 명예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될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 농경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올해 무엇이 달라졌나.
“공간 구성에 많은 변화를 줬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농경사 주제관을 중심으로 꽃과 나무를 활용해 정원 형태의 그늘 쉼터를 조성해 만남의 광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지역 청년들이 참여한 공간으로 ‘청년 낄낄마당’과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지평선 마중 거리’를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서도 특별한 노력을 했다고 들었는데.
“바가지는 노(NO), 인심은 YES(예스), 고향의 참맛은 최고다. 요즘 ‘K컬처’ 'K팝’ ‘K뷰티’ ‘K푸드’에 이어 ‘K바가지라’는 용어가 생겼다고 한다. 많은 지역 축제가 바가지 요금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데, 지평선 축제에서는 음식 가격을 표준화하고, 가격 공시를 통해 바가지 논란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힘들게 살던 시절에 쌀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고, 예부터 국내 최대의 곡창지대인 김제는 넉넉한 인심과 풍성한 먹거리로 유명했다. ‘그릇이 넘치도록 풍요로운 축제’라는 슬로건처럼 지평선 축제의 먹거리 장터에는 1만 원을 넘는 음식이 없다. 각종 체험료 또한 1만 원 이하로 제한하고 유료 주차장도 무료로 개방할 예정이다.”
-지평선 축제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궁이에 직접 불을 때서 쌀밥을 지어먹는 체험이나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탈 수 있는 우마차 여행, 송아지와 젖소를 직접 보고 만지며 우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는 목장 나들이, 메뚜기 잡기와 연날리기, 밤에도 즐기는 발광다이오드(LED) 쥐불놀이 등 올해에도 다양한 체험이 준비돼 있다.”
-특별히 즐길 만한 이색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한다면.
“벽골제(김제 부량면에 있는 저수지. 우리나라 저수지의 효시로 평가됨) 인근에는 신털미산이라 불리는 언덕이 있다. 벽골제 축조 이후 대대적인 보수를 위해 동원된 인부들이 지친 몸을 쉬면서 짚신에 묻은 흙을 털고 해어진 짚신을 버려 이뤄진 산이란 의미가 담겼다. 선조들의 땀과 노력으로 축조된 벽골제의 역사와 의의를 돌아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벽골제 짚신 퍼레이드’라는 신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김제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질 좋은 농특산품을 10~15% 할인된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샤인머스캣, 인삼, 표고버섯, 딸기잼, 청국장, 누룽지, 한과 등 지역에서 생산하는 최고의 특산물이 판매되며 현장 구매는 물론 택배도 가능해 무거운 짐 부담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지평선 축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완전한 시민 주도 축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축제,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축제의 세계화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축제관광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전문가 의견수렴과 타당성 연구 용역 단계다. 재단이 설립되면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