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만 원 드는 ‘키 크는 주사’ 맞는 어린이 2만5,300명

입력
2023.09.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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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성장호르몬 결핍 아닌 어린이, 주사 맞으면 당뇨병 위험

키 성장을 위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청소년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5세 전후 유치원생 시절에 집중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만5,300명의 청소년이 건강보험 적용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2020년 1만2,500여 명에서 불과 2년 새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성장판이 닫혀 갈수록 성장호르몬 반응이 떨어지기에 5세부터 초등학생이 처방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저신장증 등 진단을 받지 않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태인데도 연간 1,000만 원 정도의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 어린이도 늘고 있다. 2020년 이후 누적 환자 8만여 명이 처방받은 금액의 총액은 3,160억 원에 달한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키가 또래 중 하위 3% 안에 들고, 성장호르몬 결핍이 정밀 검사로 확인되고, 또래보다 골 연령(성장판 나이)이 감소됐다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별다른 이유 없이 키가 작으면(특발성 저신장) 어린 나이에 성장호르몬 주사 등의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한 어린이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며 키가 정상 범위인 어린이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다.

최진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내과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 있고, 투여 시작 나이나 기간에 따라서도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용량과 방법으로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수치가 정상인 어린이라면 성장호르몬 치료가 뚜렷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비교적 안전한 치료이지만 척추측만증·고관절 탈구·일시적 당뇨·두통·부종·구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성장호르몬이 결핍되지 않은 어린이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차후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어린이 1만1,0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어린이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유발되는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8.5배 높았다.

또한 장기간 과다 투여하면 손과 발, 얼굴뼈의 과도한 성장을 일으키는 말단비대증, 수분저류로 인한 부종이나 관절통 등도 생길 수 있다.

최진호 교수는 “최근 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성조숙증이 아닌데도 2차 성징을 늦추는 무분별한 치료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 경우 최종 키 성장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진단이 확실할 때에만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권하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은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 매일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 취하기, 골고루 잘 먹기, 휴대폰이나 컴퓨터 게임 등 과하게 하지 않기 등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