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상이가 매력적인 빌런으로 돌아왔다. 이상이는 단역부터 조연, 주연까지 단계를 오르면서 '성장의 정석'을 걷는 배우다. 부드러운 매력으로 눈도장을 찍었다면 최근 주로 야성미 넘치는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22일 이상이는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한강'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한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처리하는 한강경찰대라는 신선한 소재와 이야기다. 극중 이상이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한강의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 고기석으로 분했다. 고기석은 경인리버크루즈를 운영하는 회장 황만석(최무성)의 조카이자 행동대장이다.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해결하는 인물이다.
이날 이상이에게 '한강' 공개 후 주변 반응을 먼저 물었다. 그는 "MSG워너비 형들은 아직 안 본 것 같다. 한예종 동기들도 제 작품을 안 봤다. 다른 친구들은 잘 봤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에 '저렇게 연기해서 사람도 저럴 것 같다'는 말이 통쾌했다"고 웃음 섞인 아쉬움도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이상이는 오랜만에 빌런 캐릭터를 소화, 더욱 내공이 깊어진 연기를 선보였다. 극중 그가 맡은 고기석은 재벌 2세라는 설정으로 화려한 패션과 다부진 근육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이날 이상이는 시각적인 캐릭터 표현을 두고 "'사냥개들' 이후 촬영이라서 근육이 있었다. 현재 80kg에 가깝다. 선수들이 시즌 비시즌에 몸을 관리하는 것처럼 입금되면 관리에 들어간다. 기석이 가진 재벌의 설정에 맞게 의상의 원단도 좋은 것을 쓰기도 했다. 다만 액션을 할 땐 저렴한 시계를 차야 했다"고 재치 있는 면모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작 '무빙'이 잘 돼 오히려 잘 됐다. 뭐 볼까 찾다 보면 '한강'도 봐주실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인터뷰 시점에서 아직까지 이상이의 하이라이트 신은 나오지 않았다. 극 후반 격렬한 수중 액션을 예고한 이상이는 " 무술 감독님이 콘티를 말해주는 것도 있지만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상의를 많이 했다. 여전히 현역인 상우 형은 '한국의 톰 크루즈'다. 가령 카메라 앵글에 따라서 대역이 할 수 있는 장면이 있는데 본인 스스로 한다. 차에 매달리는 것도 직접 한다"고 감탄을 전했다.
앞서 이상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을 통해 첫 액션 장르 도전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차기작을 고르는 과정에서 악행을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빌런 역은 이상이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단다. "극 중 기석처럼 실제로 욕할 일은 없어요.(웃음). 그래서 이번 작품을 도전한 것도 커요. 연기를 맨 처음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요. 그땐 다양한 역할이 재밌어서 배우라는 꿈을 가졌는데 로맨스 멜로를 하는 역할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지금처럼 액션 연기를 계속하게 됐어요. 요즘에는 액션 연기가 참 재밌어요. 맛 들렸을 때 때려줘야 해요."
그러면서도 역할에 국한되고 싶지 않다는 이상이에게 큰 포부가 느껴졌다. '한강'은 이상이에게 뿌듯함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목표를 갖고 작품에 임한 이상이는 악인의 서사를 촘촘하게 그려내면서 액션 연기까지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에게 이번 도전이 나름의 의미를 남긴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영화 '히트맨'에서 단역으로 권상우와 대치하는 인물을 소화했던 이상이는 이번 작품에서는 본격적인 빌런으로 맞붙는다. 이를 두고 이상이는 "'히트맨' 촬영 당시에는 조금 먼 발치에서 권상우 형을 바라봤는데 이제는 형이라고 부른다. 너무 신기하다"면서 남다른 감회를 전하기도 했다.
극중 기석의 배드신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해당 장면을 두고 "실제로 기묘했다. 기석 입장에서 중요한 일이다. 다양한 설정을 넣었다. 부모의 사랑 부재로 삐뚤게 자랐기에 사랑이 고프다. 항상 황만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무당에게 기댄다. 그런 기석에게 (해당 장면은)중요한 대목이다. 상반신 노출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사냥개들'에서도 워낙 그런 장면이 많았다. 장면에 맞게 노출을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돌아봤을 때 이상이의 강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편안함이 있다. 대중이 저를 보고 느끼는 것 중에서는 MSG 워너비, '갯마을 차차차' 등 멜로나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다. 또 반면 '사냥개들'이나 '한강'은 완전히 상반된 이미지다. 과거보다 나이를 더 먹으니 30대의 어른스러운 카리스마가 생겼다"고 짚었다. 이처럼 다양한 색채의 캐릭터를 만나는 중인 이상이는 여전히 갈증을 느끼고 있다. "스펙트럼을 계속 넓히고 싶어요. OTT라는 플랫폼이 있기에 이야기의 규모나 소재가 너무 다양해졌잖아요. 한 이미지의 역할보다는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어요. 수요가 있을 때 공급이 따라와야 하니깐요. 기회가 올 때 열심히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