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만 방미 젤렌스키, 바이든 “우크라와 함께” 선언에도 미 의회 ‘온도차’

입력
2023.09.22 08:56
바이든, “4400억 원 무기 우크라에 지원”
공화당 일부, 백악관에 “추가 지원 반대”
매카시, 젤렌스키 의회 연설 요청 거절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길어지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하러 9개월 만에 미국을 찾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계속 돕겠다”면서 3억2,500만달러(약 4,400억 원)에 달하는 무기를 더 지원하겠다고 화답했지만, 젤렌스키를 맞는 미국 의회의 태도는 이전보다 냉랭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문제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의 백악관 회담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9개월여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서방 등 세계 국가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틀렸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을 도울 무기 체계를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며 새로운 무기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미국이 앞서 지원하기로 한 에이브럼스 전차를 다음 주부터 우크라이나에 인도하고, 방어 역량 위한 호크 지대공 미사일 등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간절히 바라는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전술 미사일은 지원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꼭 필요한 매우 강력한 패키지"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또 이번 방문이 얼마나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절박함을 표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개시한 대반격 작전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탓에 미국 의회의 태도는 미지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의 방미를 앞두고 의회에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지만, 공화당의 반대 기류가 커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또 공화당 강경파 하원의원 23명과 상원의원 6명은 이날 백악관에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난해와 달리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해 연설 당시 상·하원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회에 들어설 때 약 2분간 기립박수를 보내며 지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연설 대신 백악관 회담에 앞서 의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지원을 호소했다. 특히 방공무기와 함께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러시아의 후방 지원부대를 타격할 수 있는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감사하지 않는 영혼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월 전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국회의원들이 젤렌스키를 열광적으로 환영했던 첫 방문과 비교해 이번 방미는 차분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부 공화당 의원은 우크라이나의 느린 반격에 점점 더 회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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