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남자' 강희석 대표 물러났다…신세계 계열사 대표 9명 물갈이

입력
2023.09.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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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백화점 등 9명 대규모 인사
강희석, '실적 부진' 책임으로 해임 
이마트 한채양·백화점 박주형 내정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이끌었던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임기를 2년 넘게 남기고 회사를 떠난다. 맡고 있는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하고 인수를 주도한 G마켓도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해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25명 중 9명을 교체하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인사는 대표이사의 40% 가까이 바꾸는 규모나 겸직 인사를 크게 늘리는 방식에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신세계그룹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이마트가 쿠팡보다 매출액에서 뒤지는 등 핵심 계열사의 부진에 대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인사라는 분석이다.



강희석 대표, 재신임 1년 만에 해임


강 대표의 임기는 애초 2026년 3월까지였으나 영업 손실이 이어지면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이마트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 이익은 약 1,357억 원으로 전년 대비(3,168억 원) 약 57.2% 폭락했다. 올 2분기에도 이마트는 영업 손실이 전년(123억 원)보다 늘어 53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SG닷컴은 183억 원, G마켓은 113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10년 넘게 일한 공무원 출신 강 대표는 경영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코리아에서 온·오프라인 유통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2019년 10월 이마트로 영입됐다. 이마트가 외부 인사를 대표로 임명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당시 정용진 부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G마켓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이마트와 SSG닷컴의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온·오프라인 사업을 안착시키는 데 힘써 왔다. 실적이 부진한 지난해에도 강 대표는 온·오프라인 사업을 초기부터 이끌어 온 적임자라는 이유로 연임에 성공했다. 더구나 올해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이 본격 출범하면서 강 대표의 역할론에 힘이 실렸다. 그는 6월 멤버십 출범을 발표하는 대규모 행사에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서며 그룹의 대표 CEO라는 이미지를 얻었지만 결국 석 달 만에 물러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에서는 온·오프라인과의 융합과 온라인 사업 확장을 위해 강 대표를 영입한 것인데 그동안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나아가 내부 구성원들에게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대외 환경을 제대로 읽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충격을 주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겸직 체제 구축하고 운영구조 도입…"온·오프라인 시너지 위해"


강 대표의 빈자리는 한채양 조선호텔리조트 대표가 채운다. 한 신임 대표는 이마트와 함께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대표를 각각 맡아 3사가 '원(ONE)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백화점 부문의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물러나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백화점과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한다. SSG닷컴은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인영 대표가 홀로 이끌어 간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는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겸직한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는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를 내정했으며,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김현우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에는 이주철 G마켓 전략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아울러 신세계그룹은 새로운 대표이사 운영 구조도 도입한다.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새로 만들고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닷컴, G마켓을 포함시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6개 회사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시도"라며 "한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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