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맞지만 범죄는 아냐"... 처남까지 불러 따진 이균용 '재산 청문회'

입력
2023.09.20 18:22
4면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마지막날]
가족 회사 운영하는 처남 "이균용 개입 없어"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발언 하루만에 정정

여야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까지 재산 검증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이 후보자는 "실수한 부분들이 있지만 범죄는 아니다"며 논란을 비켜갔고, 여당은 문제가 된 재산 대부분이 처가 주도로 형성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후보자 책임을 축소하고 나섰다.

참고인 경력 놓고 논란

20일 열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는 후보자 처남인 옥산 대표이사 김형석씨와 이경춘 전 서울회생법원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황인규 강남대 조세범죄연구소 교수는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야당은 김씨를 상대로 이 후보자가 재산신고를 누락했던 옥산 비상장주식과 배당액 수령 과정, 회사 운영 등에 관련된 질문을 쏟아냈으나 명쾌한 소명은 들을 수 없었다. 김씨는 대부분의 질문에 "아버지(이 후보자 장인)께서 주도하신 일이라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른 재산 문제를 두고도 여야는 대립을 이어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 처가가 과거 조세불복 심판을 청구해 현금 증여를 토지 증여로 변경하며 세금을 깎은 과정을 두고 "법 악용 아니냐"며 황 교수에 물었다. 황 교수가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답하자,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심판 기록도 보지 않고 참고인이 너무 극단적으로 답변한다"고 반발했다. 장 의원은 황 교수가 민주당 소속 의원실 비서관을 지낸 경력도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보유했던 부산 지역 농지와 관련해서도 황 교수는 "(서류상 농지를 주차장 등으로 이용하고 있으면) 농지법 위반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현장에 직접 가봤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균용 "혐의 적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후보자는 10억 원에 이르는 옥산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에 대해선 전날에 이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을 들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범죄 구성 요건인 고의가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받아쳤다. 아들이 해외 생활 중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한 것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보험 혜택을 받지 않고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야당은 해외에서 연주 활동을 하는 이 후보자 딸의 현금자산이 지나치게 많이 늘어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딸의 4년 소득이 4,200만 원인데 현금이 1억여 원 증가했다"며 "후보자 부인이 딸 계좌를 이용해 펀드나 주식투자를 하느냐"고 따졌다. 이 후보자는 "연주 활동 소득과 은행 금융상품 이자 또는 배당소득에 의한 증가액"이라며 "딸이 외국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어 아내가 딸의 계좌를 운용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증여세 탈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 내역을 다 제출해달라"고 지적했다.

"임시정부 수립이 건국" 지적 수용

역사관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1948년 정부가 수립됨으로써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답변을 했다가 '뉴라이트 역사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청문회장에 3차 국정 국사 교과서를 들고 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건국일로 오해했다면 이 자리에서 정정하라"고 요구하자, 이 후보자는 "임시정부부터 쭉 진행돼 와서 그때 정부가 수립된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다시는 1948년이 건국이라는 말은 하지 말라"는 지적에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이정원 기자
박준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