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WMD(핵·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뭉친 북한과 러시아를 싸잡아 질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기후 격차 해소를 위해 무탄소(Carbon Free) 에너지 국제플랫폼인 'CF 연합 결성'을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대한민국 평화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 평화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설에서 ‘북한’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차이나는 대목이다.
특히 러시아를 겨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세계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받기 위해 북한의 도발 야욕을 부추기고 안보리 대북제재를 무시하며 파렴치한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의미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안보리 개혁에 대해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회원국 여러분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세계평화를 진작하고 구축하는 데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 것이라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신음하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를 공개 저격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국가들의 입장이 갈려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통일된 입장이 나올 리 만무하다”며 “때문에 우선은 동맹국, 우방국을 중심으로 자유의 연대 속에서 응집된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들과 (집단행동)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로벌 격차' 해결을 위한 한국의 기여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개발 격차 △기후 격차 △디지털 격차를 거론했다. 이 중 개발 격차와 관련, “재원과 기술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내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40% 넘게 늘렸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폭염·폭우 등 기후 격차에 시달리는 국가들을 위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수소와 같은 고효율 CF에너지를 활용하고 공유하겠다”며 “나아가 대한민국은 CF에너지 확산을 위해 전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인 ‘CF연합’을 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CF에너지는 태양광·풍력·수력·열 등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수소·탄소포집저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미국과 영국의 차관으로 건설한 고리 1호기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이 되었듯이 CF에너지 확산을 위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은 개도국의 탄소감축뿐 아니라 산업화를 실현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해법이 될 것”이라며 “'CF 연합'은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 전 세계 누구나 함께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격차에 대해선 “대한민국은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약속했다.
기조연설 마무리는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한 ‘부산 홍보’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 세계박람회는 세계 시민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자유를 확장해 나가는 연대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며 “부산 세계박람회를 통해 그동안 이뤄낸 성장과 발전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널리 공유함으로써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