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작업에 돌입한 롯데손해보험의 가격을 두고 시장 안팎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몸값이 최대 3조 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과대평가됐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된 후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것인데,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각 흥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최대 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최근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에서 3,734억 원에 롯데손보를 인수한 뒤 지금까지 총 7,5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 브랜드 사용기간이 끝나는 내년 8월 이전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손보의 매각 예상가를 3조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각각 1조4,511억 원과 1조9,634억 원에 달하는 순자산과 계약서비스마진(CSM) 등을 고려한 추정치다. 몸값이 높은 만큼 유력 매수 후보로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거론된다.
문제는 현재 CSM이 다소 과대평가됐다는 데 있다. CSM은 보험 계약에 따라 위험보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식할 미실현 이익을 뜻한다. 계약체결 시점엔 장부상 부채로 인식하지만 이후 서비스 제공 기간 동안에 나눠 상각되는 금액은 이익으로 인식한다. CSM 규모가 클수록 보험사 순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인데, 현시점에서는 이 순익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IFRS17이 첫 적용된 1분기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자 CSM 과다 산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CSM 산출 기준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2분기 실적에 도입하려 하자 일부 보험사들이 가이드라인 소급적용을 요구하면서 반발했다. 가이드라인이 과거 재무제표에 소급 적용되지 않을 경우 전분기 대비 순이익이 대폭 깎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데, 롯데손보도 그중 하나로 알려졌다. 실적 뻥튀기 우려가 커지자 금감원은 3분기 결산부터 소급법을 적용할 경우 전진법을 적용했을 때의 실적을 병기하라고 지침을 내린 상황이라, 순익 과대계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현재 거론되는 몸값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전날 "2조7,000억~3조 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다소 높은 수준"이며 "상장 주요 손보사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평균과 50~85% 경영권 프리미엄 가정을 적용하면 가격은 1조2,000억~2조 원 수준”이라고 예상했다. 인수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재무제표는 좋아졌다고 하지만 IFRS17 때문으로 보이고, 실질적 펀더멘털이 좋아진 것은 없다”며 “인수 후보자 이름에서 우리 이름은 빼도 무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