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염수 안전? 정부 믿어야지 어쩌겄어"... 속내 복잡한 그들

입력
2023.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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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야지 어쩌겄어... 내는 바다로 먹고사는데..."

15일 오전 2시 55분 모두가 생선을 나르고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부산 공동어시장. 부두에 정박하는 배를 밧줄로 고정시키는 계류 장치에 앉아 흡연하던 한 어민에게 물었다. "일본 오염수 방류하고 좀 어떠세요?" 한 가치를 마저 피우고도 말이 없던 사내는 담배 한 대를 더 빼 물더니 다 태운 뒤에야 저 두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평생을 일궈 온 어민, 생선 분류 작업자를 일컫는 부녀반은 ‘일본 오염수 방류’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낯빛이 복잡해졌다. "별로 안 좋지. 좀 불안하지. 한데 뭐 나라에서 그렇다(괜찮다)고 하니까...” 30년 차 부녀반 윤모(64)씨가 말끝을 흐렸다. 여하튼 이구동성은 이랬다. “불안하긴 하지만, 믿을 수 있는 건 정부의 정확한 조사뿐이지요.”

상인과 소비자 반응도 비슷했다. 이날 오후 5시 40분부터 1시간가량 둘러본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은 입구에 걸린 '근거 없는 원전 오염수 괴담, 듣지도 말고 믿지도 맙시다!' 현수막이 가장 눈에 띄었다.

평소 금요일 저녁보다 한산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33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한다는 김정래(65)씨가 거들었다. "보이죠, 손님 별로 없는 거. 온누리상품권 덕에 손님이 15% 정도 는 게 이 정도래요. 추석 대목이 지나면 이마저도 빠질까 봐 걱정이라오." 국산 수산물 구입 시 최대 2만 원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온누리상품권 환급제도'는 12월 15일까지 연장됐다.

다른 상인 박모(59)씨가 대화에 스며들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안 해요. 믿고 팔아야지 별 수 있어요." 김씨가 박씨 말에 살을 붙였다. "일본은 못 믿겠으니 차라리 우리 정부가 인근 해역까지 가서 직접 조사해 줬으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놓일 것 같네요."

박씨네 가게에서 광어를 산 이희진(32)씨가 물었다. "여기 일본산도 있는 건 아니죠?" 김씨와 박씨 모두 펄쩍 뛰며 손을 내저었다. "아이고, 아가씨 여긴 안전한 것만 팔아요!"

일본에서 넘어오는 수산물 규모가 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일까.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일본 수산물 수입량은 전체 수입 수산물의 약 2%에 불과하다. 원전 사고가 터진 일본 후쿠시마현 인근 해역 수산물은 없다. 특히 일본 수산물 수입은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4월부터 감소세다. 지난달엔 수입량, 수입액이 1년 전보다 각각 24.9%, 34.8% 줄었다. 수입액은 2년 만에 최저였다.

부산=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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