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19일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 차례 고비를 넘긴 이 대표는 병상에서 단식 지속 의지를 밝히며 음식물 섭취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16일 예고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소속 의원 130여 명은 용산으로 달려가 대통령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아울러 의원총회를 두 차례 열고 국회 상임위는 대부분 보이콧하며 결의를 다졌다.
이 대표는 18일 오전 7시 15분쯤 구급차에 실려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민주당은 "탈수 등의 증상을 보였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고 전했다.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마치고 10시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옮겨졌다. 7월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보름 간의 단식을 끝내면서 회복치료를 받은 곳이다.
이 대표는 고비를 넘겼지만 병문안은 아직 불가능한 상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기력은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단식 중단 여부다. 하지만 이 대표는 완강하다고 전해진다. 한 대변인은 “병원 이송 후에도 병상에서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며 “폭주하는 정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수액 치료 외에는 일절 음식 섭취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단식 정국이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 어렵다.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야당 시절인 1983년 단식 8일째 서울대병원에 강제 입원해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갔다. 이후 보름이 더 지나서야 단식을 풀었다.
민주당은 이날 한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 의원 전원 명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해임안에서 “민생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의 위기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그 책임을 전 정권 탓, 야당 탓, 심지어 국민 탓으로 돌리는 등 무능과 무대책,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총체적 망국 내각으로 전락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10·29 이태원 참사 △잼버리 사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해병대 상명 사망사건 관련 외압 의혹 △국무위원 추천 기능의 형해화 등을 문제로 꼽았다. 이어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보여준 총리의 태도는 함량 미달 그 자체”라며 “국민의 대의기관을 상대로 전쟁하듯 도발하고 고압적 태도와 비아냥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총체적으로 국가가 혼란에 빠져 있고, 총리로서 장관들을 제대로 총괄하지 못한 잘못도 있다"며 "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전면 쇄신해야 나라가 제대로 다시 갈 수 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 총리의 해임안은 현재 잡혀 있는 본회의 일정대로라면 20일 국회 보고, 21일 처리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동시에 민주당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세 결집에 주력했다. 이 대표 입원 직후 열린 국회 본회의가 끝나자 의원 130여 명이 대통령실 앞으로 몰려가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의 보이콧으로 이날 국회 상임위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여당만 참석한 채 열렸다.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람이 죽어가도 눈물 한 방울 없을 무도하고 비정한 정권과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느냐”며 “대표 중심으로 더 강하게 뭉쳐야 살길이 보인다”고 썼다. 당 밖에서는 “민주당은 엄중히 상황을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탄핵하고, 국정조사하고, 특검법 통과시키고, 주말에는 집회에 나가고, 농성하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송영길 전 대표)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