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어느새 80만 원대… 2차전지주 하락 베팅 불붙나

입력
2023.09.17 17:00
인버스 ETF에 사흘간 476억 몰려
당분간 조정... "4분기 반등" 전망도

지난여름 주당 100만 원을 넘어서며 ‘황제주’에 등극했던 에코프로가 이달 80만 원 선까지 밀리는 등 2차전지 관련주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급속도로 늘어난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앞서 15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1만4,000원(1.55%) 내린 89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7월 26일 기록한 장중 고가(153만9,000원)와 비교하면 두 달도 안 돼 42.17% 폭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 규모는 32조6,988억 원에서 23조6,986억 원으로 9조 원 감소했다. 형제주인 에코프로비엠은 44조4,996억 원에서 27조3,844억 원으로 17조1,150억 원(38.46%)이나 증발했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선 포스코그룹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7월 26일 이후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시총은 각각 3조8,903억 원, 11조7,357억 원 줄었다. 2차전지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인 ‘타이거(TIGER) 2차전지테마’ 구성 종목 33개의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7월 26일 479조3,474억 원에서 이달 15일 390조3,272억 원으로 감소해 90조 원가량이 허공에 흩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아예 주가 하락 국면에 베팅하고 있다. 2차전지 관련주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수익률을 반대로 추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 ETF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인버스 ETF가 나온 건 처음인데, 12일 상장 후 첫 사흘간 개인 순매수액이 476억1,300만 원에 달했다.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갚으려는 공매도 잔고 역시 증가세다.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 비중은 7월 26일 2.27%에서 이달 13일 5.84%까지 치솟았다.

당분간은 조정 국면이 계속될 전망이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버스 ETF 상품에 개인 매수가 몰리는 점을 보면 2차전지 테마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이 늘어났음을 실감할 수 있다”며 “상반기와 같이 수급 쏠림에 따른 주가 급등이 재현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조정 후 올해 연말 반등 시각도 없진 않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대, 신차 사이클, 실적 모멘텀 등을 고려할 때 2차전지 업종은 4분기부터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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