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덕수 해임건의안 제출 결의"… 이재명, 의원단 요청에도 단식 지속 의지

입력
2023.09.16 19:57
민주당 주말 긴급 의원총회
내각 총사퇴 요구·해병 수사외압 특검 결의
지도부, 단식 중단 '결정'에도 이 대표 거부
"강제로 병원 이송" 의견·'지속불가' 소견도
의원단, 밤샘 설득하며 국회 주변 대기하기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에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16일 결정했다. 단식 17일 차를 맞은 이재명 대표는 의원들의 재차 요청에도 단식을 지속할 의지를 보였고, 의원들은 국회 인근에서 이 대표가 단식을 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은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검찰독재에 맞서는 총력투쟁을 선언한다”며 내각 총사퇴 요구, 한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포함한 5개 사항을 결의했다.

이들은 결의안을 통해 ‘대통령실 등의 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특검법’ 관철을 위한 절차에 돌입하고, 불법을 저지른 검사에 대한 탄핵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윤 정권의 부당한 정치수사, 야당탄압과 정적제거, 전 정권 죽이기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과, 정권의 실정과 폭압에 맞서 시민사회를 포함한 모든 세력과 함께 국민항쟁에 나선다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의총을 거친 뒤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재차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의총 중간 약 2시간 30분간 정회를 한 뒤 지도부가 이 대표를 찾아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것을 모든 의원이 결의했다’고 전했지만 이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날 의총에서는 “이 대표를 강제로라도 병원에 이송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도 이 대표를 찾은 뒤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장기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건강에 치명적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니 더 이상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전했다”며 “이 대표를 설득한 것이 아니라 ‘결정’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고민해보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이는 의미로 읽히지는 않았다”며 “계속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 종료 대신 ‘정회’를 선언하고 국회 인근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 설득하고 기다린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단식을 풀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적극적인 만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 "건강 회복 후 대표회담을 열자"며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도록 단식을 중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썼지만, 그 이후 직접 이 대표를 찾지는 않았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진정으로 이 대표를 걱정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려한다면 정권 차원의 반성과 쇄신이 우선"이라며 "이념 대결을 더욱 부추기고, 국정 쇄신은커녕 극우적 인사로 내각을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도 의총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실이나 정부 여당 어느 한 사람도 당대표의 단식장에 와서 걱정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우리 역사에 이런 정권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